"비싼 땅값 때문에?" 수성구 도서관 부지 매입 무기한 연기

입력 2007-03-20 09:14:36

수성구에 사는 주부 김은경 씨는 지난 6일 '도서관 이용이 너무 불편하다.'는 글을 구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수성구로 이사온 지 6개월이 지나면서 가장 불편한 게 도서관이라는 것. 김 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가끔씩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은데 도서관을 찾아볼 수 없다."며 "구청에서는 효목도서관 단 하나가 있다고 하던데 그나마 수성구인지 동구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같은 수성구의 주부인 이소영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달 구청 홈페이지에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가까운 도서관이 절실한데 수성구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다."며 "차를 타고 달서구 상인동의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주민 민원은 폭발하고 있지만 대구의 자치단체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재정 사정이 나은 수성구청도 도서관을 짓지 못하고 있다. 비싼 땅값을 감당하지 못해 도서관 부지 매입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그 대안으로 당초 계획이 없던 작은 도서관부터 먼저 문을 열고 있다.

수성구 장기계획에 따른 도서관은 지산·범물, 시지, 범어권 3곳. 그러나 지난해 말 40억 원선을 예상한 구청과 달리 부지를 소유한 한 대학 재단이 50억 원선을 요구하면서 지산동 수성고 주변의 지산·범물 도서관 땅 매입 계획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 착공, 2009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였지만 구 사업비의 절반을 넘나드는 땅값 때문에 사업 추진을 전면 보류한 것.

시지권 역시 땅값 문제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고, 이달부터 부지 확보에 들어간 범어권 도서관 땅 매입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 구청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수 많은 세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접근성도 떨어져 고민만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매동 이마트내 작은 도서관 개관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지 주민들의 도서관 민원을 고려해 작은 도서관이라도 먼저 지어주자는 것. 이마트가 건물 내 96평을 무료 임대하면 구청이 사업비 4억 원을 들여 1만 5천~2만 권의 장서를 들여놓는다는 계획이다. 구두로 진행된 이같은 내용을 구청과 이마트가 이달 말 협약하고, 구체적 운영 방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성구청 관계자는 "시지는 물론 지산·범물권 수요를 고려할때 임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드시 대규모 도서관을 지어야 하지만 비싼 땅값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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