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생인권 바람)대구 매호中 인권 경험은

입력 2007-03-20 07:24:42

학생-학부모-교사 함께 두발문제 토론으로 절충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인권 의식이 의외로 대단히 피상적입니다. 그냥 자기가 싫고 불리하면 인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한 학생은 교칙을 잘 지키고 다른 학생은 교칙을 늘 어기는데 둘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평등일까요?"

"머리가 길면 수업태도가 나빠진다고 하는데 근거가 없잖아요. 실제로 단발머리보다 머리를 길러 묶는 것이 더 예쁘게 보이고 학교 생활에도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대구 매호중에서는 지난해 교사, 학생, 학부모 대표 10여 명이 모여 의미심장한 교내 토론 대회를 가진 경험이 있다. 주제는 '두발 규제를 현행(여학생 경우 귀밑 5cm)대로 존속할 것인가'. 일부 학생들이 학생회를 통해 두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건의를 학교 측에 전달하자, 교장이 "그렇다면 다 함께 토론해보자."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 발단이었다. 토론회는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고 두발 규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교사들 가운데도 두발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견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영주 교사는 "선생님들이 교무실에서 와서까지 격론을 벌었을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정 교사는 토론 대회가 있은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제자들을 이끌고 한 공립도서관이 주최한 토론대회에 출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토론 주제는 공교롭게도 '교칙은 지켜져야 하는가'.

"토론 결과 여학생 경우 머리카락이 귀밑 5cm에서 15cm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학생 80%가량이 길이 무제한을 요구했지만 그나마 절충안을 찾은 셈이죠."

정 교사는 그때 일로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언뜻 학생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처럼 비쳐지지만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규제를 반대하던 학생들도 '학교도 하나의 사회인데 교칙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의 입장도 이해하게 됐고요. 규제가 풀렸다는 것보다 더 큰 배움이죠."

정 교사와 함께 도서관 토론대회에 출전했던 박연진(15), 성영이(15) 양도 당시의 두발 토론 대회가 살아있는 교육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 양은 "토론대회 결과 두발 규제가 풀린 이후로 머리를 기르는 학생들이 실제로 늘어났다."면서 "하지만 이미 샤기컷이나 머리를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헤어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두발 규제가 풀린 데 대해 별 생각을 갖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박 양은 "오히려 그 일 이후로 우리가 인권을 외치면서도 그 의미를 잘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됐고 선생님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 양은 "교칙은 더 나은 수업 분위기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단지 학교의 명예를 위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정해지는 측면도 있다."면서 "교칙을 어기는 학생들도 분명 잘못이 있지만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된 교칙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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