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재보선도 선거다

입력 2007-03-20 07:30:46

지역민들에게 올해 어떤 선거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십중팔구는'대통령 선거'라고 확답할 것이다. 반면 4·25 재보궐 선거를 알고 있는 지를 물으면 십중팔구는 '모르쇠'를 남발할 것이다.

다음달 25일 예정된 재보궐선거가'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는 느낌이다. 대선 정국에 묻혀 존재의 이유조차 없는 것 같다. 대구·경북은 4·25 재보선 선거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경북이 7군데(기초단체장 1, 기초의원 6), 대구가 3군데(광역의원 1, 기초의원 2)인데도 말이다.

먼저 선거에 으레 후보를 내야 할 정당이 4·25 재보선을'소 닭 보듯'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정당의 경우, 이번 재보궐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그럴듯하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라는 것. 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개운치않다. 차라리 특정당 텃밭으로 왜곡된 이 지역 정치 풍토에 더 이상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고 솔직히 주장하는 게 이유 있는 변명이 될 법한데.

과거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대구·경북 재보선에 나설 후보가 없다고 난리들이다. 그래서 공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를 돕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역시 뭔가 석연찮다. 열린우리당 집안 풍경은 난리 난 집이 아닌 것 같다. 대선 때문에 난리들이지, 재보선을 치를 수 없어 전전긍긍하지는 않는 듯하다.

한나라당이라고 다를까? 재보선 후보를 내고는 있지만 지역민들이 당연히 뽑아줄 것으로 믿고 있어 그런지 치열한 내부 공천 경쟁없이 수월하게 후보를 확정짓고 있다. 재보선은 여유를 넘어 관심 밖이고, 역시 정권을 다시 잡는 데 모든 에너지가 쏠려 있다. 주요 정당들이 대어(대선)낚기에 혈안이 됐지, 치어(재보선)는 미끼로도 취급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지역민들이 재보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밥상머리든, 시장통이든, 회사든 어딜 가나 관심은 대선뿐이다. 일찌감치 대통령감에 투표한 이들도 적잖다. 이럴진대 동네에 누가 나오는지, 하물며 투표일이 며칠인지 알리 만무. 선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뿐인 것 같다. 오죽했으면 4·25 재보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물'까지 마련해 유권자 모시기에 나섰겠는가. 10명 중 두 세 명만 투표하는 역대 주요 재보궐선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밥그릇 크기야 천양지차(天壤之差)지만 재보선도 대선과 똑같은 선거다. 대선에 비하면 담는 그릇이 작지만 그래도 우리 이웃 '대표선수'를 뽑는 선거 아닌가. 국가대표도 대표이고, 고향마을 대표도 대표다. 걸출한 지방대표를 뽑는 솜씨가 있어야 연말 훌륭한 대통령을 뽑지 않겠는가. 정당과 지역민들이 재보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종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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