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성취와 재능을 나타낸 인물에게는 그러한 재능이 싹틀 수 있도록 후원한 부모나 교사가 있었다. 그러나 영재성을 촉진시키려는 의도나 방법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윌리암 시디스는 18개월에 읽고, 8세에 자신이 창안한 언어를 포함하여 8가지 언어를 익힌 신동이었고, 11세에 하버드 입학을 허락받기도 했다. 이러한 놀라운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의 짧은 생애의 후반기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사회적 부적응과 저항의 시기를 보냈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였다는 세간의 평가와 함께 신동은 일찍 시들어버린다는 부정적인 신화의 한 사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공부에만 몰두하게 밀어붙였고, 명성을 중시하여 대학을 선택하였고, 아들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을 때는 의절하기도 하였다.
반면 인공지능의 창시자인 노버트 위너의 아버지는 자녀를 일반 공립 학교에 보냈고, 아들을 보다 겸손한 수준의 학교에 보냈다. 아들이 주변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단호하게 대중 앞에서 아들을 변호하였고 그렇게 과도한 관심으로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이렇게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두 신동의 가족사를 들춰보는 것은 어느 아버지가 더 훌륭한지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며,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릇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진정 자녀가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영재 개인의 행복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먼저 묻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재교육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이렇듯 과도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자녀가 영재로 선발되는 자체에 관심을 쏟고, 경쟁적으로 선행 학습을 시켜보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일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비트리히 교수의 조언이 생각난다. 그의 말처럼 공부도 좋지만 어린 아이는 나이에 맞게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도 중요하다. 어릴 때 길러진 감수성과 사회성이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며, 뛰어난 성취는 지적·도덕적·심미적으로 조화로운 성장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은 어린 학생들의 재능 분야를 탐색하고, 그것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다. 세간의 이목과 명성을 추구하거나, 경쟁에서 무조건 앞서게 하려는 교육이 아니다.
퍼듀대학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관점에서 다양한 재능 분야별 프로그램이 수십 개씩 개설된다. 주말과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이러한 프로그램 접촉 기회를 통해 자녀의 재능을 탐색한다. 일반적으로 수학, 과학, 정보 등 교과 단위별로 개설되는 우리의 프로그램과는 대조적이다. 곤충생물학 과정에 참여한 초등학생이라면 최소한 생물 분야에서 그것도 곤충 분야에서 작은 과학자임을 자부할 수 있게 만들어주려 한다. 비행물리학에 참여한 학생은 화학분자식에는 관심이 없지만 우주항공의 원리에 대하여 조언을 할 수 있는 탐구자가 되기도 한다. 어느 학생은 물리에, 어느 학생은 화학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프로그램은 보다 세분화하고, 자녀의 재능도 그렇게 세분화한 영역으로 탐색되도록 조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입시와 관련하여 지적으로만 앞서 나가게 자녀를 재촉하는 영재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재는 동시성 장애라고 하는 발달상의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흔히 지적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서적·사회적 발달로 인하여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거나 고립감을 겪을 수도 있다. 영재의 재능은 보다 빨리 발견되어 적합한 수준의 교육적 도움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하지만, 과도한 수준에서 속진을 시키거나 지적인 성취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는 곤란하다.
세계적인 음악가와 수학자들의 어린 시절 양육 환경을 연구한 블룸이라는 학자는 영재의 재능을 촉진하기 위해서 후원적인 부모의 양육 환경, 적시 적절한 교사의 가르침, 재능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함을 지적하였다. 특히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한 영재들의 가정에서는 모든 가족이 적극적 수준에서 음악 활동을 취미로 여겼으며, 요람에서부터 음악을 들려줄 만큼 음악적 재능을 신장할 수 있는 기회와 격려가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지적으로 탁월했던 수학자들의 경우에도 부모들이 먼저 책을 가까이 하였고, 자녀의 지적 행동에 본보기가 됨으로써 자녀가 스스로 지적인 활동에 흥미를 갖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아버지께선 오믈렛을 나누어 주시면서 '이건 이분의 일, 이것은 사분의 일'이라고 설명해 주시기도 했어요." 어느 수학자의 이러한 회상에서 바람직한 부모의 후원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우동하 (영주 봉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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