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밀실 타결은 반발만 부른다

입력 2007-03-19 11:31:1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고위급 협상이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돼 밀실 협상에 따른 반발과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섬유분과 협상 일정 및 장소가 공개되지 않았고, 과천에서 열리는 농업분과 협상 역시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해 당사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언론 접근까지 차단하는 등 전형적인 밀실 협상이다.

이번 1차 고위급 협상에선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자동차'의약품'무역구제'농업'섬유 등 쟁점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일괄타결 패키지 안'을 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해 당사자들도 모르는 내용으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爭點(쟁점)이 이미 드러난 마당에 협상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일괄타결 패키지 안이 마련되더라도 최종 결정은 오는 26일경 서울이나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2차 고위급 협상에서 내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어쨌든 한미 FTA 협상은 당초 우려했던 대로 미국이 정한 手順(수순)에 따라 미국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막판 고위급 협상이라고 특별히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다.

정부의 졸속 타결 시도로 국익 손상이 예상된다면 한미 FTA 비준권을 가진 국회라도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국회는 한미 FTA에 관한 한 '바지저고리'였다. 정부로부터 협상 진행 내용조차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할 정도로 무력했다. 다행히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협상 중단론을 거론하는 등 뒤늦게 제동을 걸고 있다. 참여정부가 간과한 공론화 과정과 피해부문 구제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협상단은 국민적 반발 여론을 충분히 감안, 마지막 순간까지 국익손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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