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눈을 감아야 할 것 같고, 눈을 감으면 무언가를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서양화가 양성훈(40) 씨의 그림을 보고 어느 외국작가가 했다는 말이다. 사실표현주의와 신구상 표현이 한 화면 속에서 절묘한 조화로 공존하는 양 씨의 작품전 '양성훈 초대전'이 갤러리전(054-373-2134)에서 30일까지 열린다.
양 씨의 작품 바탕에는 아주 희미하고 가늘게, 긁어서 만든 선들이 가득하다. 그것은 종이비행기 같은 놀이류나 꽈리 같은 식물류, 또는 동네 전경이나 산 등이다. 바로 양 씨가 어린 시절 기억의 편린을 기호화한 대상이다.
양 씨는 이런 기호가 "공간 속에서 드러내는 것과 드러나지 않고 숨으려 하는 방식의 경계선에 있다."고 설명한다. 현실을 담는 그릇인 흐릿한 배경의 기억 위로 드러나는 구체적인 형상의 새, 여인, 큐브, 의자, 소나무 등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의미한다.
이런 실체를 띤 대상물도 하단 부위(다리나 뿌리 등)가 없다. 흐릿한 기억을 토대로 형성된 현재에 대한 은유적 표현, 양 씨의 작품이 역설적으로 보이면서도 어긋나지 않는 이유이다. 명상적이고 사유적인 작품은 '기억'이라는 담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시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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