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풀씨로 날아가는 봄빛
봄빛이 울렁, 울렁 가슴에 울렁, 울렁 봄 꽃물로 물들여온다. 봄빛을 머금고 있는 봄, 간이역은 耳順(이순)의 젖은 꽃잎, 꽃잎으로. 젖은 봄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이제 봄기운을 타고 가야 할 티베트 라싸역, 중국 단둥역,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역까지. 압록강 철교와 신의주 국경의 강, 단발령역. 영원역, 신고산역까지 봄의 숨결은 흘러가고 흘러오리라.
봄기운, 봄의 새 생명이 번지는 평화의 간이역 평화역은, 자유의 산을, 넘어, 넘어. 자유의 역을 넘어 갈 것이다. 그리운 가슴, 그리운 마음 활짝 열고 오는 봄, 봄의 신명이 온몸에 지펴서 오나 보다. 아마 그리움과 외로움의 끈질긴 병이 따라와 붙은 작은 간이역에서 삶의 활로, 삶의 죽음 '생명의 부활'을 보고 있다.
봄은 '보다'의 명사형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일까? 겨울의 침묵, 겨울의 바닷가 일본 작가 '엔도 쇼사쿠'와 그의 저서 '침묵'과 '깊은 강'. 그의 문학관에서 바닷가의 고요가 '삶의 향기'와 '삶의 기도'처럼 다가왔다. '사람은 이리 슬픈데 바다는 왜 저리도 푸를까.'
#바닷가 성당에서
몇 해 전 어머니를 여의고 동해안 감포, 구룡포, 양포리 호랑이 꼬리인 대본을 돌아오면서, 묵상하는 바다 빛, 감청 빛 바다, 잉크 빛으로 출렁거리는 봄빛 바다를 안고 몸부림치면서, '삶의 그리움' '삶의 고통과 상처'와 '사람이 앓는 아픔'과 싸워야만 했다.
마치 사람의 몸부림을 파도가 안고 가듯 '밤바다는 한 마리의 검은 짐승이었다.', '엉, 엉, 엉, 슬픔을 토해내는 한 마리의 검은 짐승이었다.'. 이런 시 구절을 쓴 스무 살의 아픔이 이순까지 엉겨오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삶, 새로운 생명으로 다가와 '바닷가 성당'을 찾아 삶의 옷깃을 새로 여밀 수가 있었다.
'삶의 모서리에 바다가 서 있다/ 밀물, 썰물, 삶이 건조한 날/ 산불처럼 타는 마음의 진한 불씨를// 대체 외진 삶이 물이랑 높듯/ 바다는 물 끝에서 파도 끝에서 눈물 높았다/ 사랑과 사랑을 만나게 하고/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눈물과 눈물을 만나게 하고/ 죽고 사는 일도 짧았던 밤과/ 짧았던 파도소리에 불과할지니/ 하늘이 있고 바다가 있기에 나는 긴 부리물총새처럼/ 바닷가 성당을 그리워했다/ 묵상하는 바다, 그 바닷가 성당에서/ 나는 홀로 서 있네, 바다도 홀로 서 있네/ 짐승처럼 말도 없이 홀로 서 있네 삶의 서러움 모두 버리고 홀로 서 있네/ 황소뿔빛 노을, 삶의 몸 시려운 그 바닷가 성당에서.'
#春寒(춘한), 春恨(춘한)
무슨 '시를 쓴답시고' 헤매고 헤매다가 죽지 않고 멈추지 않고 봄빛이 울렁, 울렁거리는 그리운 또 다른 노래를 찾아 길 나선다. 저 하늘 끝 어딘가, 그리움이 뭉게뭉게 피어올라서 불현듯 집을 떠나 하얗게 스러지는, 바다 갈매기를 따라 서러운 항구 서러운 이별을 쌓아둔 방파제를 따라 간이역 동해남부선을 타고 하이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만나러 갔다.
노벨상을 받은 이탈리아 시인 과시모도는 '누구나 지축 위에 홀로 서 있나니, 햇살 한줄기 뻗쳤는가 하면 어느덧 황혼이 깃든다.'라고 짧게 노래했다. 속세의 삶은 點(점)보다 짧다 이승의 삶은 부질없다.
봄빛을 따라 떠나는 간이역, 미나리꽝을 지나 '느림의 미학'을 따라나서는 아주 작은 시골 간이역, 사라지고 없어지는 간이역에서 애틋하고 슬퍼하지 말고 봄빛 봄날에 졸지 말고 잘 살아라고….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은 총총히 간이역으로 사라지는 春寒(춘한)과 春恨(춘한)을 껴안고, 짧은 시의 한 구절처럼 봄바람으로 사라져 간이역을 빠져나갔다.
박해수(시인·전 대구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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