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캄프 세계인물총서02- 체 게바라/ 슈테판 라렘 지음/ 심희섭 옮김/ 인물과사상사 펴냄
체 게바라 어록/ 체 게바라 지음/ 김형수 엮음/ 시학사 펴냄
"현실을 직시하고 불가능에 도전하자!"
1967년 10월8일 볼리비아 밀림에서 정부군에게 체포된 지 하루만에 체 게바라는 사살됐다. 그리고 그는 신화를 완성했다. 당시 나이 39세. 그는 1956년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에 상륙, 2년여의 게릴라전을 통해 전설이 됐고 1959년 1월2일에는 '체 사령관'으로서 수도 아바나로 진격했다. 31세의 이 의학박사는 국영은행 총재가 됐고, 이후 산업부 장관에도 올랐다.
체 게바라의 인지도는 새 정부에 대한 인준과 지지를 얻기 위해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급상승했다. 그는 특유의 달변과 카리스마로 자신이 품고 있는 이상들을 줄기차게 설파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가 1965년 3월14일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1968년 10월 볼리비아 밀림에서 혁명 게릴라를 이끌다 전투 중에 전사한 것이다. 스스로 내건 기치를 몸소 실현하기 위해 안락한 장관자리를 버리고 권력을 포기했으며, 자기 목숨을 내놓았다. 또 그는 젊은 나이에 죽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젊은 혁명가로 남아 있을 만큼 젊은 나이였고, 젊은 나이에 죽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론과 유토피아를 실현했느냐는 여부로 평가받지 않아도 됐다.
세계적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체 게바라를 '우리 동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적인 관계와 욕구, 심지어 육체적 욕구까지도 완전히 혁명에 복속시킨 금욕적 생활태도는 그의 이미지에 부합했고, '신화'를 구성하는 요체가 됐다.
체 게바라 서거 40주년을 맞아 '주어캄프 세계인물총서- 체 게바라(인물과사상사, 240쪽, 7천800원)'와 '체 게바라 어록(시학사, 160면, 8천500원)'이 잇따라 출판됐다.
세계사를 이끈 인물을 엄선한 주어캄프 세계인물총서는 '2005년 가장 아름다운 독일어 책' 상을 수상할 만큼 권위를 가졌다. 필자들은 세계적 전문가들이며, 각 인물들의 생애, 작품, 영향에 대해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체 게바라에 대해서도 동료들에게조차 의혹을 눈길을 받은 경제관과 무참한 실패로 끝난 게릴라 전술의 수출, 오래전에 식어버린 무장투장에 대한 열정, 무한한 희생을 외치는 도적적 구호 , 몰아적 헌신 뒤에 감쳐진 비극성과 정치적 좌절 등을 조명한다. 물론 이런 비판이 체 게바라 숭배자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걸 인정한다. 지금도 체 게바라의 초상은 티셔츠, 포스터, 커피 잔, 시계 등에 수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이 체게바라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체 게바라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억압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체'는 이미 오래 전에 숭배는 하지만 따르지 않아도 되는 '우상'이 된 것이다.
한편 '체 게바라 어록'은 진실을 향한 참된 삶의 선택이 주는 인간적 갈등에 주목한다.
"마음만 먹으면 나는 부자가 될 수 있다.······환자들이 즐비한 과테말라에서 병원을 차린다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내 안에서 싸우는 두 명의 나(사회개혁가와 여행자) 모두를 배신하는 끔직한 일이 될 것이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개인적 승리에 불과하다. 나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했고, 거기에서 빈곤과 기아, 질병에 죽어가는 무리들을 보았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길보다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선택하겠다."
뜨거운 가슴으로 인간을 실천적으로 사랑했던 신화가 된 청년을 다시 만나보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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