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으로 도전하면 못할 것 없다"
"대단하다."는 수식어부터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고, 중국 대륙을 종단한 박정규(27·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1년 휴학) 씨. 도전 정신을 무기로 큰 일을 이뤄낸 박 씨를 인터뷰하는 동안 "청춘 앞에 불가능은 없다."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1만km를 달린 사나이.
박씨는 9월 22일부터 올 1월 25일까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뉴욕까지 6천6km를 자전거로 횡단했다. 자동차로도 하기 힘든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데 꼬박 126일이 걸렸다. 길 옆에 텐트를 치거나 또는 미국 가정에서 민박을 하며 매일 50~60km를 달렸다. 오전 8시 무렵 출발해 오후 5시까지 자전거에 달린 태극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것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지난 해 6월 10일부터 8월 18일에는 중국 내몽고 얼리안하호터에서 쿤밍까지 중국 대륙을 종단했다. 약 70일에 걸쳐 4천300km를 자전거로 달렸다. 인도에서도 자전거로 400km를 달린 적도 있다.
1만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달린 그에게 왜 미국 횡단, 중국 종단에 나섰냐부터 물었다. "처음에는 중국과 미국을 배낭여행하려고 했어요. 그러던 중 아는 사람으로부터 자전거 여행을 하면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 느리지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며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여행을 마친 지금, 자전거 여행을 하기를 잘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 씨는 군에 있을 때 마라톤을 해 자전거 여행을 하는 데 체력적인 문제는 없었다. 태풍이 불고, 비가 올 때도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의 '애마'인 조나단과 함께 대륙을 질주했다. 자전거 바퀴가 펑크나면 직접 때웠다. 영어는 프리 토킹이 가능해 미국 여행을 하는 데는 불편이 없었고, 중국에서는 중국어 책을 들고 다니며 대화를 했다.
▲미국 아주머니의 '인정'.
미국 서부지역을 여행할 무렵에는 도로 옆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동부지역에서는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가를 보기 위해 민박을 했다. 가정집을 찾아 "하룻밤 재워줄 수 있느냐."고 물어 잠을 잤다.
"미국 조지아주를 지날 때였어요. 한 가정 집을 찾아 잠을 재워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40대 남자가 메몰차게 거절하더군요. 할 수 없이 야영을 했는데 다음날 아침 그 남자의 부인이 저를 찾아와 '어제는 미안했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줘야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10달러를 건네주더군요. 미국 아주머니의 인정에 감동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 회사 앞 잔디에서 자다 스프링클러에 놀라 오전 3시에 잠에서 깨기도 했고, 후버댐 가는 도로 옆에서 야영할 때엔 "아~우."하는 동물울음소리에 놀라서 깬 적도 있다. 뱀과 마주했을 때 서로 놀랐던 일, 우체국에서 자다 경찰에게 발각된 일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 LA에서 출발할 때 박 씨의 주머니에는 300달러가 들어있었는데 뉴욕에 도착할 무렵엔 5천 달러로 불어났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그를 보고 미국 사람들이 "대단하다. 용기를 내라."며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건네준 것.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도와주는 문화가 미국인들에게 잘 정착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게 박 씨의 얘기다.
▲중국 청소년 나눈 우정.
중국 꿔이저우성 꾸이양을 지날 때 겪었던 일도 그에게 감동을 줬다. "숙소를 구하지 못해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쳤어요. 그런데 10대 청소년 몇 명이 저를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동네 깡패인가 싶어 겁도 났지요. 무엇하는 사람인가 묻기에 중국 대륙을 자전거 여행한다고 했더니 대단한 일을 한다며 감탄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한 친구가 자기 숙소에 가 잠을 자도 된다며 저를 데려가 밥도 주고, 잠을 재워줬습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잠을 재워준 그 청소년도 고향을 떠나 공사장에서 일을 하던 중이었다. 고향을 떠난 한국과 중국의 두 청춘이 동병상련의 정을 나눈 것. 비록 숙소는 볼품 없었지만 한 중국 청소년의 따뜻한 인정에 가슴이 따뜻해졌다는 게 박 씨의 귀띔.
미국과 중국을 자전거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로 박 씨는 미국 뉴멕시코와 중국 꾸이양을 꼽았다. 뉴멕시코를 지날 때엔 광활한 평원과 푸른 하늘을 보며 자유를 느꼈고, 꾸이양에서는 산을 오르느라 힘은 들었지만 산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 중국과 미국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체험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박 씨는 얘기했다. "중국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애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바쁘게 일을 하더군요. 중국 경제의 성장이 중국 사람들의 근면 덕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도전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앞으로 박 씨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여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졸업 후에는 동기유발전문가로 일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박 씨의 자전거 여행은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www.kyulang.net)에서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이 저의 삶에 자양분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동기유발전문가가 돼 강연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동기를 유발시켜주는 데 저의 자전거 여행이 좋은 모티브가 될 것 같아요. 젊음을 무기로 도전하면 해내지 못할 게 없다는 믿음을 얻게 된 것이 자전거 여행이 저에게 준 가장 큰 소득입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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