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먼지가 뿌옇게 뒤덮인 몇 년 전 봄날의 일이다. 신문과 방송은 '올봄 최악의 황사'라고 강조를 해댔고, 기상예보처럼 공기조차 누렇게 보일 정도로 그날의 황사는 심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꼭꼭 닫고 있어,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날 퇴근길이었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차로 달리고 있을 때였다. 도로 옆 인도에 한 아저씨가 짧은 소매, 반바지를 입은 채 열심히 뛰고 있었다. '이렇게 황사가 심한 날, 운동이라니?'. 의아해서 차의 속도를 늦추고 그 아저씨를 유심히 살펴봤다. 가까이서 보니 그 아저씨는 방독면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황사가 심한 날 방독면을 쓰고 달리기를 하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은 아주 우스꽝스러웠다. 커다란 방독면은 아저씨가 뛸 때마다 흔들거렸다. 한참을 웃고 나니 뒤끝에 씁쓸함이 남았다. 이제 방독면을 쓰고 운동해야 하는 현실이라니, 멀지 않은 어느 날엔 이런 풍경이 일상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올봄에도 황사가 유난히 심할 거라고 한다. 황사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그 아저씨의 방독면이 생각난다. 그 아저씨는 올봄에도 성능 좋은 방독면을 마련하지 않을까. 다만 앞으로 그 아저씨에게 방독면이 필요 없게 되길 바란다. 황사라는 환경 문제가 말끔히 사라져서 말이다.
최준용(대구 수성구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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