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뇌수막에 틈이 생겨 뇌수가 흘러나오는 병을 앓아서 입원한 적이 있었어요. 다행이 약물치료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 때 병원에서 지낸 기억 때문인지 중학교 시절부터 의과대학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올해 달성고를 졸업한 뒤 한양대 의대에 입학한 김지홍 군의 어머니 김준자(45) 씨. 지홍이는 이번 수능에서 472점, 내신 1등급이었다. 고 1때는 체육 시험을 워낙 못쳐서 전교 14등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여 3학년 때는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밤 12시에 귀가하면 새벽 1시30분이 넘어서 잠들어요. 그때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는거죠. 잠을 좀 더 자라고 이야기도 해봤지만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라는 아이의 말에 그냥 내버려뒀어요. 고 3때도 내내 그랬는걸요."
학원은 중학교 때 잠시 다녔다. 그나마 2, 3학년에는 교육청 심화반에 선발되면서 그만두었다. 학교를 마친 뒤 오후 5~8시 심화수업이 있기 때문에 시간 여유도 없었던 것. 고등학교 입학한 뒤 텝스를 준비하느라 1년 남짓 학원을 다녔고, 영어 과외도 친구와 함께 6개월 정도 했을 뿐이다. 중학교 시절 전교 1, 2등을 다투던 성적이면 영어, 수학 정도는 고교 과정을 선행학습하기 마련이지만 지홍이는 고 1 여름방학이 돼서야 수학 1학년 과정을 뗐다. 집에서 가르치는 공부도 초등학교 3학년까지 뿐, 이후로는 해야 할 범위를 정해준 뒤 공부를 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정도였다. 어머니 김씨는 유명 학습지회사에서 관리직으로 근무 중이다.
"중학교 시절에는 심화반에 편성돼 사교육을 하지 못했고, 고교 시절에도 필요할 때 잠깐씩 학원에 다녔을 뿐 학교 공부에만 충실했죠. 지홍이는 학교 선생님에 대해 100% 신뢰했고,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학모들끼리 모이면 '어느 선생님 실력 때문에 아이들 말이 많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지홍이는 한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홍이는 어려서부터 백과사전을 끼고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하도 많이 봐서 손때가 가득할 정도. 한번 백과사전을 펼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특정 단어를 이야기하면 몇 번째 책에 있는지 말할 수 있어서 색인이 필요없을 정도였다. 그 때 습득한 해박한 지식 덕분에 초'중'고교 시절 사회나 과학영역을 훨씬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아버지(행정직 공무원)가 공부에 관심이 많았어요. 수시로 입시 관련 자료를 스크랩해서 지홍이에게 주었죠. 그렇다고 공부를 강요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초등학교 때부터 반에서 20등만 하면 된다며 편하게 대했죠. 아이들과는 많이 놀아주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주말이면 한번도 안빠지고 시골로 데려갔어요. 딱히 뭔가를 한다기 보다는 가족끼리 자연을 즐기고 오는거죠. 차가 없던 시절에는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특히 경북지역은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는데,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머니 김씨의 동생이 수성구 한 사립고 교사로 있기 때문에 수성학군으로 옮기는 문제도 한때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모든 게 자기 하기 나름"이라며 반대했고, 지홍이도 학교 생활에 만족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이 고등학생이 돼서도 집에 올 때마다 안아주고 볼에다 입맞춤을 했단다. 그런 스킨쉽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실내화를 한 짝을 잃어버린 뒤 일주일 동안 혼날까봐 한 짝만 신고다닌 적이 있었는데 아침 등교길에 알게 돼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꾸지람한 기억이 별로 없네요." 지홍이는 4살 때 학습지를 공부하면서 한글을 깨쳤고, 하루에 네 글자씩 가르쳐 준 천자문을 줄줄 외우게 됐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때 측정한 지홍이 아이큐가 152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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