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집 밖으로 뛰쳐나간지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안방극장'이라고 불렸던 TV. 하지만 지난해 5월 '테이크 아웃 TV'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에서 처음으로 위성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TV는 길거리를 쏘다니고 차 안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내 손 안의 TV'로의 진화는 가히 '공간혁명'이라 부를만 하다. 안방과 거실 등 고정된 장소를 벗어날 수 없었던 TV가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로 줄어들면서 언제 어느때든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TV가출사건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혼자 낄낄대고 있는 젊은이들. 길을 가다보면 요즘은 이런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현대원(25) 씨는 DMB 애찬론자다. 길을 가면서도, 대중교통을 이동하면서도 시선은 DMB에 꽂혀 있다. 그는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예전에는 TV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을 거의 보질 못했는데 요즘은 자투리 시간만 나면 DMB로 시간을 떼울 정도라고 했다.
"나이드신 분들은 왜 길거리에서 TV를 보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무료하게 있는것보다야 훨씬 좋은 거 아닌가요?"
하지만 가끔은 아찔한 경험도 한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다가 신호가 바뀐줄도 모르고 서 있기도 하고, 전봇대와 헤딩을 할 뻔한 경험도 헤아릴 수 없다.
택시 운전기사인 김승조(가명.52)씨 역시 DMB 마니아. 예전에는 프로야구 시간만 되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실황 중계를 들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지만, 요즘은 DMB 덕분에 어지간한 스포츠 중계는 빼 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운전중에도 끊임없이 곁눈질로 작은 모니터를 쳐다보다보니 가끔은 불안하다고 항의하는 승객들도 있지만 하루 종일 좁은 택시 안에 갖혀 있어야 하는 그에게 'TV가출사건'은 획기적인 변화였다.
▲디지털 노마드족
지난해 5월 위성 DMB, 12월 지상파 DMB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TV는 24시간 함께하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수단을 들여다보면 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10대, 20대 젊은층들은 신문, 책, 잡지를 보기 보다는 DMB를 들여다보며 이동하는 동안의 무료함을 달랜다. 학습환경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EBS강의가 시작되면 여럿이 함께 모여 TV를 시청했지만 지금은 DMB단말기에 이어폰을 꽂고 혼자 공부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차량 속에 필수품이었던 지도도 조만간 사라질 전망. 차량용 수신기나 휴대전화를 통해 DMB로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 DMB서비스업자인 TU 미디어는 지난해 비디오 채널 7개, 오디오 채널 20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비디오 채널 11개, 오디오 채널 26개 등 37개 채널로 서비스를 다양화 했다. 메이저리그, 프로농구, 이종격투기, 골프 등 스포츠는 물론이고 다양한 외화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기술은 진화하는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범칙금 부과 대상이다. 벌점 15점과 함께 승합차는 7만원, 승용차 6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운전중 DMB 시청에 대해서는 아직 규제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
하지만 DMB시청은 음주운전보다도 더 위험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성인 3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DMB를 켜 놓았을 때는 앞쪽을 보는 비율이 50.3%로 음주운전(72%)보다도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면허취소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로 운전하는 것보다 오히려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
청소년들의 선정성 프로그램 시청도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청소년보호시간대(13~22시)를 설정해 뒀지만 등교시간이나 점심시간, 하교 후 등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으며, 비밀번호 설정을 통한 시청제한도 단말기 기능 조정을 통해 가입자가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19세 이상 등급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현실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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