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리포트)여성들의 축구문화 '왝(WAG)'

입력 2007-03-14 09:30:10

런던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휴대폰은 LG전자의 '초콜릿폰'이다. 유명 클럽 앞에서 잘 차려 입고 초콜릿폰으로 통화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영국 시장 출시 초기에 웨인 루니의 여자친구로 잘 알려진 콜린 맥러플린이 이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모습이 파파라치의 사진을 통해 퍼지면서 인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축구선수들의 파트너에 집착한다. '부인과 여자친구(Wife And Girlfriend)'의 약자라는 WAG가 축구 선수들의 짝을 가리키는 말로 사전에 올라있을 정도다.그들이 살고 있는 집부터 최근 쇼핑 목록까지 전부 기사가 되어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지난 달 부터는 ITV 2채널에서 '왝스 부티끄(WAGs Boutique)'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방영하기 시작했다.

축구가 영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라고 하지만 여자에게는 예외다. 한국 여자에게 축구가 '군대 다음으로 싫어하는 이야기 소재'라면 영국 여자에게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 정도 된다. 경기가 있는 날 여자 혼자 펍에서 맥주를 마신다던가, 여자들끼리만 축구장에 가는 일은 보기 힘들다. 그러나 영국에서 축구와 아주 떨어져 사는 것은 여자라도 불가능하다. 여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축구 문화를 찾다 보니 축구 선수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콜린 맥러플린은 신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왝(WAG)'이다. 루니의 여자친구라며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리버풀의 뚱뚱한 시골소녀였는데 지금은 모델이자 영국의 '패션아이콘'이다. 무엇이든 그녀가 입거나 가지고 다니기만 하면 베스트 셀러가 된다. 때문에 기업 홍보팀, 디자이너, 파파라치들의 접촉 대상 1순위 인물이라고 한다.

그녀는 영국의 권위지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의 정규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콜린이 쓰는 패션 칼럼은 여성들 사이에서 매주 화제가 된다. 다이어트 비디오와 자서전도 활동 목록에 올라있다. 웨인 루니 덕분에 언론에 등장했지만 그녀 스스로 영국 문화로 성장한 데에는 이런 활동의 공로가 크다.

유명 왝이라면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빅토리아 베컴이다. 그녀는 영국에서 스파이스 걸즈의 멤버 보다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언론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사진에는 대부분 남편이나 아기가 함께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그녀는 청바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50만 원을 호가하지만 런던에서 '베컴 진'의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경기가 시작 되기 전 축구장 라운지를 드나드는 젊은 여성 중에 이 청바지를 입은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왝스(WAGs)'는 가십거리를 넘어 영국의 문화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웨인 루니 성매매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가 영국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콜린맥러플린이 재판장에 신고 나온 새 부츠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재판 결과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박근영 축구 리포터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