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2.13 합의서가 채택된 지 한 달이 되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30일 이내로 되어 있는 초기단계 조치들을 나름대로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5개의 실무그룹이 구성되어, 제1차 실무회의가 열렸거나 조만간 개최예정이다.
실무회의 결과는 오는 19일 북경에서 개최되는 제6차 6자회담에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2.13 합의서는 60일 이내인 4월 14일까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여타 참가국들의 상응조치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북한은 흑연감속로 및 관련시설인 영변의 5MWe 원자로, 건설 중단 중인 50MWe, 200MWe 원자로, 재처리 시설, 핵연료 제조시설 등을 폐쇄·봉인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으로부터 감시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영변 5MWe 원자로의 가동을 통해 얻은 사용후 연료봉으로부터 추출한 플루토늄을 포함하여 모든 핵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도 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실무회의 결과를 토대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 지정으로부터 해제를 위한 과정을 개시해야 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키기 위한 과정도 함께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테러국 및 적성국 지정 해제는 미 행정부의 재량사항이다. 단지 북한의 적성국 해제는 한국전쟁시 발표된 국가비상사태 선언의 종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위기법'에 따라 미 의회의 합동결의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북미 양자대화는 핵문제 해결과 관계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관계 정상화 과정이 무역·원조·금융 분야까지의 제재 해제로 이어진다면 북한은 세계경제의 본격적인 편입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메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북한의 초기단계 이행에 따라 중유 5만톤 상당의 에너지를 긴급 지원해야 한다. 초기단계 조치가 완료되는 적절한 시기에 6자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외무장관 회담은 초기단계의 이행조치를 점검하고 보다 큰 틀의 동북아 평화와 안보문제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인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된다면 6자회담의 추동력을 좀 더 확대·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외무장관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남북한과 중국·미국이 포함될 별도 포럼이 구성되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도 시작될 예정이다.
2.13 합의서는 초기단계 조치가 완료되는 4월 15일 이후 다음 단계의 조치사항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를 해야 한다. 불능화는 핵심부품 모두를 제거하여 다시는 해당시설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이다. 북한이 불능화 조치로 진입하면 여타 참가국들은 분담 원칙에 따라 중유 95만톤 상당의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 한달 동안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국들의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참가국들의 협상자세는 진지하다. 미국은 BDA(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 해결과 대북 테러국 및 적성국 지정 해제에 긍정적이다.
북한은 HEU(고농축우라늄) 문제 해결과 대미수교에 적극적이다. 남북관계도 복원되었다. 20차 장관급회담에서 2.13 합의서 이행의 공동노력에 합의함으로써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선순환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북한 핵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HEU 문제, 현존하는 핵무기, 경수로 문제 등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관계정상화는 각국의 법적 제도적 정치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핵문제 해결 및 관계 정상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한달 동안 한미관계를 축으로 남북, 북미관계의 진전은 3국 최고 지도자들의 의지와 외무장관들의 직·간접적인 조정,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현장 노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앞으로도 의지와 조정, 노력이 지속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양무진(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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