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편 어떻게 되나?

입력 2007-03-13 08:40:30

체육, 음악·미술과 분리…고교 6개 선택과목군 확정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개정안은 오는 2009년부터 초·중·고교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가장 논란이 됐던 고등학교 선택과목군은 체육을 음악·미술과 분리하는 6개 선택과목군으로 최종 확정됐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2012학년부터 체육과 음악·미술 중 한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바뀌는 것. 그러나 개정안과 관련, 학습 부담 증가, 수준별 수업의 재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이 어떻게 개정되나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준별·선택중심 교육과정의 변화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수학·영어과 교육과정 수정 고시안'을 통해 수준별 교육과정 관련 내용을 삭제, 개정안에서는 '국어·사회·과학·영어 교과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권장한다'로 바뀌었다. 수준별 수업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기에 거부감이 컸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일반 선택과목과 심화 선택과목 구분을 없애고 현행 5개 과목군을 6개로 조정했다. 선택이 대학 입시에 유리한 과목에만 편중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수 비율이 낮은 교과를 세분화한 것. 이런 방침에 따라 현행 기술 과목군(수학, 과학, 기술·가정)이 수학·과학군과 기술·가정군으로 나뉘고 예·체능 과목군(체육, 음악, 미술)은 체육과 예술과목군(음악·미술)으로 분리됐다. 이와 관련 선택과목 세분화 방향에 대해 교과 수가 늘어남으로써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커졌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강화된 과목은 과학과 역사. 과학은 현행 고교 1학년 수업시수를 주당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린다. 현재 사회 교과 내에 있는 역사는 독립 교과로 존재하게 됐다. 수업시수도 1학년 역사 시간이 주당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어난다. 지리교과는 일반사회와 함께 사회과로 통합 운영된다.

이외에도 고등학교 선택 교육과정 편성에도 자율권을 확대, 고 2~3학년 총 이수단위 10% 범위 내에서 늘려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주당 이수시간이 1시간인 교과를 학기나 학년 단위로 집중 이수할 수 있는 '교과 집중이수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왜 바뀌나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의의는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했다는데 있다. 교육 과정 개정의 필요성과 관련, 현행 7차 교육과정이 1997년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손을 볼 때가 됐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교과서도 10년이나 돼 시대 변화에 따른 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무엇보다 7차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표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표적인 것이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중심 교육과정이었고, 학교에서 교육과정 운영이 너무 획일적이고 자율권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 전교조 측은 "수준별 교육과정은 애초 학교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제도였다."며 "같은 교실 안에서 수준에 따라 다르게 지도한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선택중심 교육과정도 취지는 좋았지만 입시 위주 교과에 몰리는 바람에 오히려 시행하기 전보다 국·영·수 등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아져 버렸다는 것. 재량이나 특별활동도 도입만 하고 방치해버려 교과수업으로 대체되거나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여지는

교육부는 개정안에서도 수준별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수준별 교육과정'은 모든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개정안의 '수준별 수업'은 학교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라는 의미라는 것. 또한 선택 과목군을 늘린 것은 입시 위주로 치우치는 문제를 해결하고 교양·인성 교육을 강화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도 만만찮다. 당장 전교조 측은 수준별 수업을 '권장'한다고 하지만 분명히 학교 현장에서는 강제될 우려가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입시 부담이 큰 고교 2, 3학년 예·체능 필수과목을 늘림으로써 학습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과목은 개악이라는 비판이 높다. 과학 과목 경우 고교 1학년의 과학수업을 주당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렸지만, 고교 2학년 때부터는 과학을 한 과목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이 있다는 것. 오진석 동문고 체육교사는 "체육이 외형상으로 음악·미술과 독립했지만, 고교 2, 3학년 통틀어 4단위만 이수하면 되기 때문에 3학년이 돼서는 체육수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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