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정석 교과서)학습목표·개념정리·논리전개 명확

입력 2007-03-13 07:13:51

한 눈에 들어오도록 요약된 참고서, 문제집에 심지어 수능 동영상 강의까지 PMP에 저장해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보니 신학기가 돼도 교과서는 뒷전으로 내밀리는 형국이다. 교과서가 겪는 홀대는 공교육의 위기를 실감케 한다. 이런 가운데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교과서를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좋은 성적, 바른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초등학생, 체험·복습 위주로 활용하자

이옥정 대구시 교육청 초등 장학사는 "교과서는 자료"라고 전제했다. 7차 교육과정에 들어오면서 단원·교과를 통합하는 수업이 일반화됐고 교과서 구성 자체도 활동이나 체험 위주로 대폭 바뀌었다. 예전처럼 '교과서 대로' 가르치는 수업은 별 의미가 없어졌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요즘 초등 교과서 자체가 오리고 붙이는 식의 교구재 수준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장학사는 "요즘 초등 교과서는 교사가 수업 연구를 제대로 해 가지 않으면 뭘 가르쳐야 할지 막막할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교육과정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자료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올바른 이용법부터 알고 넘어가자.

"먼저 책 커버를 입히지 마세요. 겉장의 그림이나 도표도 다 의미가 있으니까요. 반드시 교과서 표지에 이름과 학년, 반을 쓰세요. 내 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기르게 됩니다."

새로 시작되는 단원을 소개하는 첫 장과 학습 목표는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한다. 학부모 역시 아이가 무엇을 배울지, 어떤 체험학습이나 자료로 도와줄 수 있을지 준비할 수 있다. 어설픈 예습은 오히려 해롭다. 수학 공식만 외워오는 예습은 '수 개념' 형성이나 창의력 발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막'이라는 단원을 배운다고 했을 때, 어떤 아이들은 전과에서 '사막'에 대한 지식을 찾아서 옵니다. 하지만 정작 수업에서는 사막이 탐구력을 길러주는 사례일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거든요." 교과서에 간략히 언급만 되는 작품이나 인물은 미리 찾아보면 좋다. 국어가 대표적인 예. 같은 소재라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이라면 구해 읽어보는 것도 자기 생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학습장(노트)을 잘 정리하는 것 역시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배운 것을 잘 정리하는 습관만 길러도 효과적인 글쓰기에 보탬이 된다.

학부모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최혜경 동산초교 교사는 "교과서에 제시된 보충 또는 심화 내용은 부모님과 함께 해 보라."고 조언했다. 학교에서는 중간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에 안내된 체험 활동이나 도서는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부모가 함께 교과서를 읽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최 교사는 "부모님 중에는 문제집을 사 주고 문제를 풀었는지 철저히 검사하면서 교과서는 자주 봐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가 가져온 새 책을 훑어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 '좋아졌구나'하고 격려해주는 것도 책에 대한 관심을 북돋워주는 방법"이라고 했다.

▶중·고교생, 논리와 개념 익히자

교과서의 중요성은 중등 과정에서 더 강조된다. 초등학교처럼 활동, 체험보다 글 자체를 통해 지식을 얻고 확장시켜 가는 인지적인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입시에서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교사들의 말대로 수능 출제자들이 마지막으로 참고하는 유일한 자료가 바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최남길 범물중 교사(국어)는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선행학습도 소용 없다."고 단언했다. 중학교 단계에서는 고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교재의 비중이 적은 만큼 교과서는 시험출제에서 단연 중요한 재료다. 그는 "요즘 중학교 국어시험도 많은 지문을 준 뒤 빠르고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수능식 출제"라며 "교과서가 A4크기가 되면서 여백이 많아졌기 때문에 꼭 필요한 내용은 책에 적는 습관을 길러라."고 주문했다. 최 교사는 신문 사설과 칼럼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를 찾아보게 한 뒤, 그 문장을 쓰게 하는 수업을 주 2회씩 꾸준히 실행한 결과,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읽고 쓰기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입 논술 시험에 교과서 지문이 등장하면서 고교생에게 교과서는 말 그대로 '바이블'이다. 이대희 대건고 교사(역사)는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집필한 교과서야말로 논지를 가장 잘 전개하고 있고, 문장 구조도 군더더기 없이 논리정연하다."며 "참고서의 요약된 내용에만 익숙한 학생들이 주장과 논거, 즉 논술의 핵심인 '논증 구조'를 세우는 데 약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교과서를 볼 때는 목차와 논지를 펴나가는 흐름을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가령 '조선후기=근대의 태동기'라고 한다면, 그 증거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등장, 신분제 동요, 실학 사상 등 사회·경제·사상적인 변화상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국사처럼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고 난이도가 높은 과목일수록 출제자는 교과서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교사는 "특히 남학생들은 부교재 프린트물에 치중하기 쉬운데 반드시 공책에 필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노트 필기야말로 머릿속 정보를 꺼내 배경-경과-결과 순으로 열거해보는 개요짜기 훈련이기 때문이다.

자연계 논술에서도 교과서는 가장 중요한 학습 자료다. 김양기 강동고 교사(물리)는 "자연계 논술은 인문계에 비해 방향 잡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가장 정확하게 개념 정리가 돼 있는 교재가 교과서"라고 했다. 그는 이어 "자연계 논술에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손도 댈 수 없기 때문에 평소 교과서 내 심화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푸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명지 사대부고 교사(생물)도 "가령 '효소의 기본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열에 약하다.'는 식으로 개념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교과서를 120%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특히 문제의 인식, 자료 해석, 가설 설정, 결론 유도에 이르는 과정이 바로 논술이라는 점에서 교과서는 이 순서를 가장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 초등생 교과서 이용 가이드

1. 교과서 표지에 이름을 꼭 쓰자. 책에 대한 소중함을 갖게 한다. 책에 비닐이나 종이 커버를 입히지 마라. 책 표지 그림도 그 자체로 훌륭한 자료다.

2. 교과서 부교재로 학습장을 최대한 활용하라. 조사, 실험 등 활동 내용을 적어보는 것도 훌륭한 글쓰기 연습이다. 교과서 삽화나 사진도 필요하다면 오리고 복사해서 학습장에 붙여보자.

3. 교과서 각 단원의 첫 장을 유심히 보라. 그 단원에서 배워야 할 내용들이 명료하게 적혀 있고 세부 목차를 통해 학습 목표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미리 알 수 있다.

4. 예습을 하려면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나 참고 자료를 찾아보라. 수업에 대한 흥미와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된다. 다만 공식을 미리 알아오는 풀이 위주의 예습은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5. 각 단원 말미에 나오는 심화학습, 보충학습 코너는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자. 복습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이 부분을 잘 활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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