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시애틀 타임즈에는 의학 박사 과정에 도전한 IQ 200의 12세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다. 그 소년의 어머니는 우연하게 자녀의 영재성을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가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을 연습하던 어느 날, 세 살 된 그 아이는 여느 아이처험 피아노 밑에 앉아 장난감을 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잠깐 부엌에 들어간 사이에 아들은 어머니가 방금 연주하였던 곡을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이 소년은 4세에 작곡을 하였고, 능력에 적합한 학교를 찾지 못하여 홈 스쿨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7세에 마쳤다. 8세에 SAT에서 1천500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12세때 의학 박사 과정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소년의 성취와 도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논평이 실렸다. "욕심 많은 어머니한테 시달리는 이 비참한 아이를 보시오!" 그리고 "후원적인 부모와 함께 이루어낸 하나님의 기적을 보시오!". 이 두 가지의 대조적인 논평은 영재와 영재교육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그를 괴롭히는 친구들로부터 줄행랑치는 장면이 나온다. 낮은 IQ에 다리가 불편한 그는 여자 친구가 힘껏 달리라고 소리치기 전까지 자신이 달릴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 자신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보조 장비 없이는 걸을 수도 없을 줄 알았다.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낸 역사적 위인들은 영재 학생을 비롯해 특별한 선발과 교육적 배치를 필요로 하는 학생에게 좋은 사례가 된다.
이처럼 영재의 판별은 커튼 뒤에 가려진 영재성의 존재와 그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다. 판별은 영재 교육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만 영재성은 부모와 교사 같은 영재 학생의 주변 인물에 의해서 더욱 자세하게 발견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단순한 성취의 높음이 아니라, 여러 자료를 종합함으로써 높은 영재성의 단서를 발견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판별은 학생에 대한 다면적인 검사, 질문지, 활동 산출물, 학생 작품, 실제적 수행, 각종 추천서 등과 같은 다양한 도구와 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영재 선발을 표준화된 검사 점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IQ나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표준화 학력 검사 등은 주로 '시험 정답 잘 맞추기' 또는 '수업 시간에 공부 잘 하는' 영재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영재성의 측정에는 한계가 있다.
영재 프로그램이 수학적 사고력을 요한다면 수학과에 관련된 학업 성취도 검사 점수나 수학과의 문제 해결력을 나타내는 점수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창작 영역의 경우 일반적 지적 능력을 배경으로 특출한 글쓰기 능력과 창작 관련 성취를 더 많이 고려한 선발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활동을 고려하지 않은 선발 기준을 적용한다면 정작 해당 프로그램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학생을 배제시킬 우려가 있다.
미국 퍼듀 대학교 영재교육자원연구소(GERI)의 여름 영재 캠프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학 및 읽기 성취도 검사에서 90% 이상의 성적, IQ 125, 학년 평균 성적(GPA) A- 또는 B+를 요구받는다. 지원자들에게는 프로그램 참가 동기에 관한 한두 장의 에세이 제출이 요구된다.
전일제 영재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인디애나주의 메이플라워 밀 초등학교의 경우 인지 능력 검사 점수, ISTEP(인디애나 학력 평가 시험), 영재 담당 교사와 담임교사의 추천서를 일차적으로 요구하며, 이차적으로 영재 및 재능아 선발 위원회에서 프로그램에 들어올 학생들을 선정한다.
우리나라 경우 각 영재교육기관의 성격과 교육내용에 따라 다소간이 차이가 있으나, 재능 분야별 창의적 문제 해결력 검사가 주로 활용된다. 또한 심층 면접과 수행 과정 평가를 포함한 다단계의 판별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영재 판별에 있어서 매우 바람직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영재교육 관련 법령이나 학술적 측면에서 다양한 분야의 영재 판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교육대상자 선발은 수학, 과학, 정보 등에 집중되어 있고 개발된 판별 도구도 일부 영역에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잠재적 영재를 대상으로 한 판별이 수시로 이루어지기보다 전국적으로 연 1회의 특정 시기에 판별이 이루어지고, 교육적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보다 다양한 영재성 판별 도구의 개발과 수시 판별로 보다 많은 잠재적 영재들이 영재교육의 혜택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
우동하(영주 봉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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