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철퇴후 풍선효과 북새통
휴일인 11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 TV 장외경마장. 입구 인근은 불법 주차 차들이 도로변을 따라 1km나 늘어섰다. 주변 식당과 공터 곳곳 역시 수백여 대의 차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 강풍에 펄럭이는 '불법 주정차 집중 단속' 홍보 현수막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객장 안으로 들어서자 객석과 복도, 계단에는 찢어진 마권 발매표와 마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수천여 명이 저마다 경마 예상지와 사인펜을 손에 든 채 고민을 거듭했다. 경주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눈동자는 일제히 스크린에 꽂혔고, 채 2분도 되지 않아 경주가 끝났지만 한숨과 탄식은 한동안 이어졌다. 이날 이곳을 찾은 이들은 2천 명이 넘어 보였다.
지난해 사행성 게임장이 당국의 철퇴를 맞으면서 TV 장외경마장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있다. 이 때문에 경마가 열리는 금·토·일요일에는 일대가 불법 주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특히 경마에 쏟아붓는 돈의 액수가 더욱 커진데다 젊은 세대들의 발길도 늘고 있어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한국마사회 KRA 플라자 대구지점에 따르면 올 들어 장외경마장 입장객은 하루 평균 1천487명. 그러나 장외경마장 입장객 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의 성쇠와 반비례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지난 2004년 하루 평균 2천116 명에서 사행성 성인 오락실 광풍이 불던 2005년(1천764명)과 2006년(1천438명)에는 급감해 2년 만에 33%나 줄었다가 올 들어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하루 평균 매출액도 6억 1천128만 원으로, 지난해 5억 3천535만 원에 비해 14.1%나 늘었다.
경남 합천에서 왔다는 이모(54) 씨는 "20만 원 씩 2번이나 걸었는데 모두 날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마권을 한번에 10만 원 이상 살 수 없게 돼 있지만 발매 마감 전 여러 창구를 오가며 마권을 샀다는 것. 이 씨는 "금요일에는 140만 원을 땄는데 어제(토요일) 100만 원 잃고 오늘도 벌써 60만 원을 잃었다."면서도 "그래도 한 번만 고배당이 터지면 그간 손해 본 건 다 만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 11일에도 고객 중 30% 이상이 20, 30대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예전에는 주로 퇴직한 50, 60대나 단골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젊은 세대나 여성들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KRA 플라자 대구지점 관계자는 "이용객 증가는 아직 속단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여파로 경마장 입장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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