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존재의미는 농민!" 김병화 농협 경북본부장

입력 2007-03-12 07:10:06

김병화(54) 농협 경북지역본부장은 우리 농촌인구가 전체 인구의 40%, 농업생산이 국민총생산의 25%를 차지했던 1975년에 농협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30여 년 동안 그는 농촌인구가 전체의 7.8%, 농업생산이 국민총생산의 3.2%로 줄어드는 '상전벽해'의 현실을 현장에서 줄곧 지켜봐 왔다.

개방화시대 한국 농업은 '답이 안 나오는 문제'에 속한다. 하지만 답을 내놔야 하는 게 그의 업(業)일지도 모른다. "나라가 선진화할수록 농업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농업이 선진화하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지요."

32년간 농협에 몸담으면서 경북지역 및 중앙본부의 경제·기획부문 요직을 두루 거쳐 농협 내부에서도 경제통으로 알려진 김 본부장은 우리 농업의 살 길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먼저 농업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지속적인 경제작물 개발과 농축산물 유통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연합마케팅사업과 공동브랜드인 '천년의 맛' 마케팅 강화, 우수농산물관리제도 추진 등을 통해 전국 최초로 농축산물 판매액이 2조 원을 넘어선 데 안주하지 않겠다고 했다. 올해 농축산물 판매액 목표도 약 3조 원에 맞췄다.

이를 위해 산지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의 소비지 판매를 늘리기 위해 포항, 경산, 구미, 김천, 안동 등지에 대규모 하나로클럽을 많이 만들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사람들은 농협 하나로클럽이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에 비해 농축산물 가격이 싸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 농업인이 제값을 받고 물건을 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길 겁니다. 다른 매장들은 우리 농업인에게 희생을 강요하지요. 터무니없이 싸게 받아 팔고 게다가 외국 농산물도 가세하니까. 하지만 하나로클럽에서는 제값을 내고 우리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지요."

김 본부장은 두 번째로 농업외소득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부쩍 확산되고 있는 1사1촌 운동 같은 농촌사랑운동을 활성화해 우리 농촌경제를 윤택하게 하겠다는 것. 범국민운동으로 자리잡은 1사1촌 운동은 그와 인연이 꽤 깊다. 2004년 농협중앙회본부 농촌복지홍보부장으로 있을 때 1사1촌 운동을 처음 기획해 들불처럼 번지게 했기 때문이다.

"2년여 동안 1사1촌 운동을 통해 경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천233건의 자매결연을 맺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자매결연 기업체의 정기적인 농촌 현장체험은 물론 시·군별 1사1촌 만남의 날을 정하는 등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농업외소득을 창출해야지요."

김 본부장은 세 번째로 귀농을 들었다. 우리 농촌이 잘사는 길로 나서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고령화이기 때문. 젊은이들이 외면하면 우리 들녘은 갈수록 생기와 활기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 추세로 봤을 때 2015년 40세 농업인이 2천 명도 안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때문에 1사1촌, 팜스테이 마을 등의 도농교류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외국인이주여성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우리 농업정책이 농촌지원에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귀농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특히 외국인이주여성과 혼혈아동들을 적극 활용해야지요. 그들이 미래 우리 농촌을 짊어져야 할 사람이거든요."

그는 농협의 존재 의미를 농업인의 윤택한 삶에 두고 있다.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농협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 경북농협은 최근 도내 190여 개 지역농협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통해 부실한 45개 사무소를 합병권고 조합으로 선정한 바 있다.

농협의 가장 큰 화두인 '신경 분리' 문제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농업인의 이익이 우선이다. 김 본부장은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문제는 농업인의 이익과 농촌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제기됐어야 하는데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농협은 신용사업에서 번 돈의 50%를 경제사업으로 넘겨 농촌에 지원하고 있는데 신경 분리가 된다면 농촌 지원은 거의 끊기게 됩니다. 대규모 농가가 많아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유럽과 미국의 사정과는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지요."

2시간여 동안 대화를 이어가는 그의 말 속에는 농업인들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애정이 담겨져 있었다.

목표를 임기 내에 억대농가 2만 호 창출로, 경북농협 비전을 '농업인이 웃는 그날까지'로 정한 그는 마지막으로 농업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동안 수고하셨고,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분들이 훌륭하게 키운 자식들 덕에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보릿고개를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에게 신선한 농축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들에서 애쓰고 계시는 그분들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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