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예찬' 중에서)
바쁜 세상에서 한가로이 걷는다는 것은 그동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걷기가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수단을 넘어서서 다이어트 등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봄을 맞아 건강을 위해 "두 발을 되찾자."는 걷기 열풍도 반복되고 있다.
걷기에 좋은 대구 두류공원과 수성못, 신천 둔치, 월드컵 경기장 등지에는 걷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자동차를 집에 두고 걸어서 직장으로 에둘러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인터넷에서는 걷기 요령을 공유하는 동호회 모임이 활발하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에도 부부끼리, 친구끼리, 또는 혼자서 걷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걷는 이유는 다양하다. 건강, 다이어트, 체력유지 등 제각각 이유가 있지만 모두가 걷기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박훈수(67·대구시 서구 내당동) 씨는 6년째 두류공원 내 야구장을 걷고 있다. 한 바퀴에 500m인 운동장을 8바퀴 정도 돈다. 다 돌면 50분 정도 걸린다. 당뇨로 고생하다가 걷기를 시작했다는 그는 혈당수치가 1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박 씨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남(55·여·대구시 중구 남산동) 씨는 매일 2시간씩 공원 주변을 홀로 걷는다. 김 씨는 "걷다보면 집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저절로 없어지는데다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것 같다."면서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로 이제는 걷기에 중독됐다."고 웃었다.
한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기업체 CEO(최고경영자)들도 걷기로 기초체력을 유지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요즘 자택에서 러닝머신을 애용하고 있다. 몸에 부담을 많이 주는 달리기는 하지 않고 그냥 걷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일에는 걷기 운동을 통해 기초 체력을 유지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점심 약속 때 2㎞ 이내의 거리는 반드시 걸어간다. 김인 삼성SDS 사장도 출근할 때 사옥 24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걸어서 올라간다.
잠시 자동차를 버려두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보자.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걷기 예찬론자가 될 것이다.
◇ 걷기의 효과
▶정신건강 회복=규칙적인 걷기 운동을 통해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다. 또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불안감 등을 해소했다는 체험담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는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한 정신적 불안상태가 걷기를 통해 해소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맥경화 예방=콜레스테롤이 동맥의 벽에 지나치게 쌓이면 동맥경화가 일어난다. 동맥경화 예방을 위해서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약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으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운동 중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이 걷기 운동이다.
▶고혈압 예방=고혈압은 심장병과 뇌출혈 등 치명적인 병의 원인이다. 걷기 운동은 모세혈관을 발달시킨다. 모세혈관이 발달하면 당연히 혈액의 흐름이 좋아진다. 그 결과 혈압이 떨어지는 것이다.
▶당뇨병 예방과 치료=최근 당뇨병 치료법의 하나로 식사요법과 걷기를 병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운동을 통해 혈당치를 조절하는 인슐린의 작용을 강화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법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해소=스트레스는 위궤양·두통·요통·어깨결림 등의 원인이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뇌를 적당히 자극하기 때문에 자율신경의 작용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매일 걷기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면 자연히 생활의 리듬도 원활해지게 된다.
▶근력 증가로 요통 방지='노화는 다리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 걸을 기회가 적어지고 자연히 다리의 근육이 쇠퇴한다. 지속적으로 바르게 걸으면 몸의 자세도 좋아지고 요통도 생기지 않는다. 나쁜 자세를 고치는 데는 걷기가 가장 효과적이다.
▶비만 방지와 다이어트 효과=걷기는 무엇보다 손쉬운 다이어트 비법이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30분 이상 걸으면 점점 지방이 소모되고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도움말=한국워킹협회)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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