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구상을 접는 것이 좋겠다. 어제 개헌 시안 발표와 대통령 특별회견이 있었지만 정국 분위기로 볼 때 임기 내 개헌은 도저히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더 이상의 논의는 국가나 정부의 역량만 소진시킬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개헌 발의는 처음부터 있어서 안 될 일이었다.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이슈를 부적절한 방법으로 부적절한 정권이 추진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임기 4년을 그냥 지나쳐 보내고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누구 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대선 정국에 개헌정국을 뒤섞어 청와대의 통치력 누수를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 핵이나 한미FTA 등 외교, 안보,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한가한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든다. 국정의 중대한 방향착오로 여겨진다.
개헌 추진이 국회가 아니라 청와대에 의해 돌발됐다는 사실도 그 당위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개헌은 국가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미래를 규정하고, 결정짓는 한 시대 최대의 과업이다. 때문에 원포인트 개헌 같은 정략적, 인스턴트식 사고로 접근돼서는 안 된다. 충분한 논의와 국가적 고민이 뒷받침돼야 한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시안을 만들고 국민동의도 없이 법률적인 요식행위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과 다음 국회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는 것도 방법상의 월권이다. 18대 국회에서 자연스레 문제가 제기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현 대통령의 역할이다.
각 정당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이 개헌안을 스스로 거둬들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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