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는 쓰레기 수북수북…빈집엔 노숙자 들락날락
서구 평리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지구. '재건축사업 시행 인가'라고 적힌 빛바랜 플래카드가 을씨년스럽게 걸린 이 아파트 단지는 텅 빈 채 온갖 생활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깨진 유리창, 버려진 가구 등이 아파트 동 입구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수북이 쌓여 있고, 내부에는 빈 술병과 담배꽁초 등이 어지럽게 널려 누군가가 숙식한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에서 10년을 살다 재건축 때문에 인근으로 이사했다는 김영숙(45·여) 씨는 "밤만 되면 노숙자들이 나타나 빈 집에서 고성을 지르고 노름을 한다."고 했다. 인근 상점의 가게 주인 A씨(53·여)는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낯선 사람들이 불쑥 나타나 주민들은 밤길 다니기조차 꺼린다."고 말했다.
아파트 재건축이 법정 소송으로 2년 넘게 지연되면서 아파트 주변 일대가 슬럼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빈집을 자신의 집(?)처럼 이용하는 노숙자부터 쓰레기를 몰래 갖다버리는 인근 주민들까지 합세하면서 우범지대 및 슬럼화하고 있는 것. 실제 이곳이 슬럼·우범지대로 변하면서 주민들의 불편도 날로 가중되고 있다. 서구 평리동 주민 B씨(35·여)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밤에는 초교생 아이들을 아예 못 나가게 하고 낮에도 주의시킨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쓰레기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악취와 미관상의 이유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면서 서구청은 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선기 서구청 환경자원과 청소담당은 "재건축 추진 이후 30t가량의 쓰레기를 치웠지만 늘어나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곳의 경찰지구대도 아예 지구대 내에 '○○○아파트 순찰 강화'라고 커다랗게 써 놓고 다른 지역에 비해 순찰을 배 이상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주민들의 불편이 날로 가중되고 있지만 정작 아파트 재건축은 요원한 상태다. 보상가 등의 문제로 70여 가구가 아직 이사하지 않고 있기 때문. 또 아파트 재건축 지역에 포함된 구청 소유 땅에 대한 보상 문제도 현재 재건축조합과 소송 중이어서 언제 재건축사업이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아직 아파트에 살고 있는 70여 가구를 상대로 한 소유권이전 청구 소송이 현재 2년째 이어지고 있고, 구청과의 소송도 이제 시작단계라 재건축 시기를 명확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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