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전략 '카멜레온식 변신'

입력 2007-03-08 09:29:22

주력업종 변경 시대

가스회사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다. 종이를 만들던 회사는 멀리 중앙아시아에 까지 나가 석유를 찾고 있다. 이름난 MP3플레이어 제조회사는 건설 시행업과 분양업에 나섰다.

지역 기업들의 변신 노력이 뜨겁다. 주총시즌을 맞아 지역 상장기업들의 사업목적 추가 또는 변경안을 조사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기존 주력업종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 한우물을 파던 시대는 지났으며, 딴 우물을 파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변신에 나서는 기업들의 얘기다.

◆영원한 주력은 없다

MP3플레이어로 유명한 현원은 주력업종이었던 MP3플레이어 부문을 대표사업에서 제외, 새로운 주력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현원은 MP3 제조설비를 철수시키고 TFT-LCD 및 OLED 부품사업과 관련된 설비투자를 확대, 이달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현원은 또 에너지 개발사업에도 진출, 미국의 에너지 개발회사와 협약을 맺었으며 연료전지 부품 사업 등을 시작했다. 현원은 이와 함께 최근 공시를 통해 건설 투자개발 및 시행·분양업, 국내외 자원 투자개발 및 판매업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구 달성군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는 세림제지는 제지사업이 주력이지만, 석유사업 개발본부를 두고 석유 찾기에 열심이다. 현재 카자흐스탄 카스피해 연안 동쪽 악토베(Aktobe)지역에서 2개 광구를 개발중이다. 이들 2개 광구는 프레카스피안(Precaspian) 분지 동쪽의 거대 유전 지대와 동일 선상에 있어 석유 발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2개 광구 중 사크라마바스(Sarkramabas) 지역에서는 지난해말 이미 오일 플로우(Oil Flow)가 발견돼, 경제성 있는 유전으로서 개발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세림제지는 보고 있다.

또 인근에 CNPC(중국 국영 석유회사) 생산 광구가 위치, 송유관 등 인프라가 갖춰져있어 석유가 나온다면 경제성도 매우 높다고 세림제지 측은 설명했다.

세림제지는 2008년 이후 유전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림제지의 유전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림제지는 더 이상 '제지주(株)'가 아니라 '자원주(株)'라는 주식 시장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잘 나갈 때 내일을 봐야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여는 대구도시가스는 최근 사업목적을 추가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추가변경내용에 따르면 대구도시가스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방문판매업, 작물재배업, 축사업, 작물재배 및 축산 복합농업, 농업관련 서비스업, 숙박업, 음식점업, 음·식료품 제조업, 육상·해상·항공 운송업 등이 포함됐다.

대구도시가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진출한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한다는 것. 대구도시가스는 이달 인터넷 쇼핑몰인 '웰베이'를 대대적으로 개편, 사업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종률 대구도시가스 홍보팀장은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서 다루는 품목이 워낙 다양해 사업목적을 크게 늘렸다."며 "주력사업은 도시가스 공급이지만, 인터넷 쇼핑몰 사업도 수익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부분에도 사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어록 전문제조업체인 대구 성서공단의 현대금속은 게임 유통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링크업의 지분 24.27%를 10억 원 가량에 취득, 계열사로 편입했다고 7일 공시했다.

현대금속은 게임시장 진출을 통해 연간 350억 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화산업, 평화오일씰 등 우량 자동차부품회사들의 지주회사인 평화홀딩스도 최근 공시를 통해 평화산업과 평화오일씰의 사업목적에 부동산 임대업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장차 다가올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한다는 것이 부동산 임대업 추가의 한 이유.

아웃소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향후 평화홀딩스 소속 자회사들에 '소사장제(특정 라인을 회사 외부 사람에게 위탁, 이 사람이 독자적으로 라인을 운영, 납품하도록 하는 것)'가 도입될 경우, 회사가 소사장들에 대해 회사 토지와 건물, 기계 등을 임대하는 형태가 돼 부동산 임대업이 사업목적에 추가되어야한다는 것. 현재는 소사장제 도입 계획이 없지만 기업들이 핵심부분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경영추세가 확대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평화홀딩스 측은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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