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 처리 무산, 국민은 안중에 없나

입력 2007-03-07 11:40:53

주택 대출과 외상구매가 늘면서 지난 1년 새 가계 빚이 60조 5천억 원이나 증가해 582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사상 최고치다. 가계 빚의 절반 이상은 주택 대출이 차지한다. 집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완강히 거부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뼈대로 한 住宅法(주택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주택법 등 민생관련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지 못하고 3월 임시국회로 미뤘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법안 통과를 연계시킨 때문이다. 그러나 3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생법안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양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사학법과 민생법안 연계를 철회하지 않는 한,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봐야 결과는 뻔하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輕重(경중)을 따지자면 사학법은 일부 사학재단의 利害(이해)에 국한된 법안인 반면 주택법 및 노인복지 관련법과 국민연금법 등은 전 국민의 생활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 법안이다. 사학법 재개정이 집 없는 설움을 겪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不姙(불임) 국회'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서로 '네 탓' 攻防(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모두 너희들 탓'인 줄 이미 안다. 특히 한나라당은 벌써 정권을 잡은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나 12월 대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 무서운 줄 모르면서 표를 얻겠다는 것은 망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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