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불안 벗을 수 있다니…" 출입국사무소 북새통

입력 2007-03-07 09:46:11

재외동포 방문취업제 시행 이틀째 표정

6일 대구 동구 검사동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강풍을 동반한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전 일찍부터 상담 창구는 수십여 명의 사람들로북새통을 이뤘다. 이들 대부분은 방문취업(H-2) 비자를 문의하려는 재외동포들. '방문취업제'가 시행 이틀을 맞으면서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평소보다 배 가까이 많은, 하루 평균 600~700여 명의 재외동포가 찾고 있다.

◇부푼 기대

방문취업제는 중국과 옛 소련 지역 동포들에게 5년간 유효한 복수 비자를 발급, 보다 자유로운 출입국과 취업을 가능케 한 제도. 이 때문에 1년 미만의 재외동포 불법체류자들도 방문 취업 자격을 준다는 소식에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의 김모(53·여) 씨는 "힘들게 재입국을 반복하며 7년째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데 새 제도로 출·입국이 자유롭게 됐다."며 "지난해 7월에 한국에 들어온 남편도 만료 기간이 되기 전에 자진신고해 사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문취업 비자 신청 서류를 낸 권모(54) 씨도 "단기방문 비자로 들어 왔다가 만료 기간이 다 돼 불안했는데 방문취업 비자를 받으면 취업이 비교적 자유롭고 아무 때나 중국에도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다른 재중동포 김모(37)씨 역시 "친척 방문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입국했는데 방문취업제가 되면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다는 말에 오전 일찍부터 나왔다."고 전했다.

대구출입국사무소는 방문취업제가 대구·경북에서 일을 하면서도 사업장 변경 신고를 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않아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동포들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친척 등 연고자가 있는 경우 간단한 서류 한 장이면 끝날 정도로 절차가 간소화됐고, 인지대도 3만 원이어서 동포들의 관심이 높다."며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문의 전화가 빗발쳐 다음 주쯤엔 출입국사무소를 직접 찾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헛걸음도 많다

그러나 방문취업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탓에 '일단 바꿔보자'는 식으로 출입국사무소를 찾는 이들도 적잖았다. 방문취업제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체류기간이 2개월 이상 남아 있어 변경 신청 대상자가 아닌 사람도 많았던 것. 중국 지린성 출신의 박모(49) 씨는 "체류 기간이 4개월 남았지만 한시라도 빨리 비자를 바꾸면 신분 불안을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나왔다."며 "만료 2개월 전에 나와야 한다고 해 서류를 내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체류기간이 3년을 넘은 사람들도 H-2 비자를 받으면 체류 기간 연장이 가능한 줄로 오해한 재외동포들도 눈에 띄었다. H-2 비자가 발급돼도 허용되는 체류기간은 당초 인정받은 3년 중 남은 기간으로 한정된다. 또한 H-2 비자라도 3년이 지나면 출국한 뒤 다시 재입국해 외국인등록을 해야 한다. 옌볜(延邊)출신인 이모(58·여) 씨는 "비자 만료 기간인 3년이 다 되가는데 H-2 비자만 있으면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체류 기간 연장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며 "한국에 다시 들어오려면 중국으로 돌아간 뒤 H-2비자를 새로 받아야 하는데 쉽게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한편 대구·경북의 경우 방문취업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동포는 지난달 말 현재 3천447명으로, 이 중 친척방문(F-1~4비자) 1천971명, 비전문취업(E-9비자) 1천132명 등이다. 또 비전문취업 비자로 체류 기간 3년 미만, 불법 체류기간 1년 미만인 구제 대상자는 344명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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