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가 꿈…수능도 내신 2등급
학교 공부와 예·체능은 하나를 잘 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일까. 성적도 뛰어나면서 음악을 잘 하거나, 운동을 잘 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택일(擇一)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학업과 예·체능을 슬기롭게 병행하고 있는 고교생들을 만나봤다.
▶"공부와 피아노 둘 다 잘해야죠."
올해 고3이 된 서해인(18·성서고) 양은 피아니스트가 꿈인 음대 지망생이다. 목표는 경북대 음대. 서 양은 보통의 예체능 학생들이 실기를 우선시하는데 비해 '공부'와 '음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있는 편이다. 내신 2등급. 같은 반 친구들사이에서도 '음대 갈 거면서 그렇게 공부 잘 해도 되냐'고 부러움 섞인 핀잔을 곧잘 받을 정도. 하지만 둘 다 잘하기까지 남모르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고정된 공부량 확보가 가장 힘들었어요. 친구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 저는 피아노 레슨을 받거나 개인 연습을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를 끝낸다는 심정으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서 양의 공부방법은 교과서와 수업시간 100% 활용하기. 선생님이 수업 중에 말씀하시는 내용은 따로 노트에 필기 하지 않고 교과서에 빽빽히 적는다. 수업 프린트물과 교과서는 중간·기말 고사 때 참고서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서 양은 "시험 문제가 대부분 이 범위를 넘지 않았다."며 "영어나 수학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닌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실기에 대한 부담은 떨칠 수 없다. 여섯 살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중학교 때 전공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다. 고교생이 돼서는 빡빡한 레슨과 연습을 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관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일주일에 두 번 레슨을 받고 하루에 4~5시간씩 개인 연습을 해요. 집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교회에서 새벽 1, 2시까지 따로 연습을 합니다."
공부와 레슨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경연대회 출전이나 음악회 관람 등도 빠지지 않고 열심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청소년 음악콩쿨에서는 장려상을 받았고, 교내 합창반 반주도 도맡고 있다.
서 양은 "예·체능 학생은 실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매년 10명 안팎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북대 피아노 전공의 경우 수능을 치지 않는 수시모집 인원은 3명 정도에 불과하고 정시에서 나머지를 뽑기 때문이라는 것.
"올해 경북대 음대 입시에서 수리영역이 빠져서 얼마나 홀가분한지 몰라요. 제 레슨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 일을 시작하진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꼭 음대에 합격하고 싶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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