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예약만 해주면 될 텐데 한 달 뒤에 받을 검사와 진료비용을 미리 내라는 게 어디 있습니까?"
지난 달 28일 아버지를 모시고 대구 A대학병원을 찾은 김모(34·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씨는 이날 진료비와 함께 다음 진료 때 받게 될 CT(컴퓨터단층촬영) 및 위내시경 검사비용, 그리고 예약비(진료비)까지 30여만 원을 내라는 병원 직원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김 씨는 "검사하는 날에 돈을 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병원 규정상 미리 돈을 내야 예약이 가능하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진료예약을 할 때 관행적으로 '선 수납'을 요구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만이 높다. 이들 병원들은 환자가 원할 경우 예약만 하고 진료나 검사 당일 비용을 지불해도 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런 내용을 환자에게는 미리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현정(39·대구시 북구 침산동·여) 씨는 "며칠 전 처음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6개월 뒤 받을 검사 비용 40여만 원을 미리 내고 예약일자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지만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준비하지 못해 그냥 돌아왔다."며 "예약 부도를 줄이기 위해 돈을 받아야 한다면 계약금 형태로 일부만 받으면 되지 전액을 받는 것은 병원의 횡포"라고 했다.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받는 절차도 번거롭다. 대부분 대형병원들은 본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직접 와야 돈을 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진료비(1만 5천여 원) 정도의 적은 금액일 경우 환자가 환불을 포기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형병원들은 "선 수납 관행은 예약 부도에 따른 진료와 검사 일정의 차질을 방지하고, 다른 대기 환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환자가 선 수납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예약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형병원과 달리 중소병원들은 진료 예약을 할 때 '선 수납'을 요구하지 않아 대형병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병원 서태교 이사는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중소병원들이 어떻게 예약비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검사 예약의 부도율이 10% 정도 되는데, 이를 감안해 진료 일정을 잡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송정흡 경북대병원 전략경영실장은 "환자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선 수납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진료 당일 검사가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나 예약 부도에 따른 대책 마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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