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미로' 26년간 찰칵…차용부 교수 퇴임展

입력 2007-02-26 07:15:17

차용부(65) 대구예술대 사진영상학과 교수의 제자들이 26일부터 3월 4일까지 봉산문화회관 1,2전시실에서 '차용부 사진, 그 여정'이라는 스승의 정년퇴임 기념 회고전을 마련한다.

1989년 신일전문대(현재 대구산업정보대), 1993년 돈보스꼬예술학교(현 대구예술대) 교수직을 맡은 이후 키워낸 차 교수의 제자들은 28일 정년을 앞둔 노스승을 위해 거금 3천만 원을 갹출했다. 1976년 '한(恨)'이라는 작품으로 제14회 동아사진콘테스트 특선 이후 줄곧 사진의 길을 걸어온 선생의 예술 역정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차 교수의 작품집 '차용부 사진, 그 여정'이 나왔고 DVD도 제작됐다. 전시회에는 '한'으로부터 26년간의 '미로(The Maze)' 연작 등 작품 50여 점이 소개된다.

초등학교를 그만 두고 제철소 일을 하며 틈틈이 읽은 시집 수백 권은 그의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차 교수의 작품은 미국 사진의 특징처럼 무게감이 있는 편이다. 요즘 젊은 사진가의 '꾀만 부리는 듯한'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가는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차 교수의 지론이다. 그가 계속 암실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제 퇴임과 함께 영상 작업에 몰두할 계획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어릴 때 꿈이었지만 궁핍한 삶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다시 걷고자 한다. "다시 먼길을 돌아가야 하겠지만 습작처럼 만들어 보겠습니다." 현재의 부인을 만난 이후 '생애 최초로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는 그는 그동안 가난과 고통의 삶이 작품 속에 주로 투영됐다면, 이제는 행복의 감정이 시각을 더 넓혀줄 것이라고 한다.

잘나가던 사진가 시절인 1981년 39세의 나이에 훌쩍 떠난 미국 유학의 여정도, 1995년 53세의 나이에 영상을 공부하기 위해 시작한 일본 유학 생활에서 겪은 고난도 차 교수의 작품 밑바탕에 잔잔히 흐르고 있다. "선생으로서 헛살지는 않은 것 같다."는 차 교수는 영광의 자리를 만들어준 제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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