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작은 발의 움직임이 중요해요. 스텝이 꼬이면 동작이 우스워지거든요."
"개인교습 좀 받아야겠네요. 동작이 전혀 진전이 없어요."
21일 오후 9시 대구 동성로 로데오 거리. 알콜 냄새가 뒤범벅이 된 시내 한복판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20여명의 사람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전면 거울을 보며 자신만의 동작을 완성시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곳은 댄스 동호회 D.I.P의 연습실. D.I.P는 'Dance In People'의 약자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호회로, 각종 강습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날은 댄스 초보자들이 2개월째 베이직 코스를 배우고 있었다. 평소 댄스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김소영(21) 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곳을 알게 됐다.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다른 학원에 비해 저렴하게 춤을 배울 수 있어 대만족"이라고 했다. 직장인들도 단골 손님. 달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류성호(30)씨는 지난해부터 퇴근 후 이 곳을 찾고 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댄스가 그만이라는 것.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참 좋아요. 이곳에서 어린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니 큰 기쁨이예요. 저의 가장 큰 취미생활이죠."
D.I.P의 수강료는 3만5천원으로, 일반 댄스 전문 학원의 수강료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돈은 연습실 운영에도 빠듯한 금액이다. 그래서 강사들은 강사료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강사들이 오히려 더 열심이다.
D.I.P에서 3년째 동호인들을 가르치고 있는 파핀 전문 댄스팀 G프로젝트의 김정호(21) 씨는 무료 봉사에 가깝지만 기꺼이 즐기고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아서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이처럼 댄스동호회 D.I.P는 연일 춤을 추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dip2003)에는 D.I.P 회원 4천300여 명이 둥지를 틀고 있다. 매달 댄스 동호회에서 춤을 강습하는 사람들은 100여명 안팎. 연습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3층 연습실은 35평, 4층은 28평으로 총 연습공간이 60평이 넘는다. 이 정도면 여느 학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올해부턴 매월 정기모임도 개최, 열린 무대를 만들고 있으며 매년 한 차례 정식 공연도 가진다. 이때는 수십 명의 회원들이 일 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가족들과 친구들 앞에서 마음껏 뽐낸다. 게시판에는 각종 장르의 댄스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발레, 힙합, 파핀 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동영상들을 함께 감상하고 그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
D.I.P는 회원들에게 특별한 의미의 공간이다. "언제든 찾아가도 춤을 즐길 수 있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고향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동호회 덕에 대구의 스트리트 댄스 문화가 더욱 풍부해지는게 아닐까요." 최준용(24) 씨의 말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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