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성형 중독

입력 2007-02-22 11:10:22

198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컬처 컬럽의 리더 싱어 보이 조지는 여자보다 더 예쁜 女裝(여장) 가수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역시 동시대영국 인기그룹 '데드 오어 얼라이브'의 리더인 피트 번스도 보이 조지와 쌍벽을 이루는 여장가수다. 번스는 성형 중독에 빠져 있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번스가 최근 자신의 성형수술 집도의를 고소해 또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 몇 년 새 수십 차례나 했던 입술 성형수술의 부작용 때문. 입술이 흉하게 부풀어 올라 대화나 물 마시기조차 힘들어졌고, 연예활동은 물론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지난 일곱 달 동안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오죽 심했으면 의료진조차 '입술 제거 수술'이 필요할 정도라고 했을까.

◇'얼짱''몸짱'신드롬이 휘몰아치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trend)의 하나는 '성형'일 것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 카피는 이제 '나의 변신은 무죄'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성형에 더 이상 남녀노소의 장벽은 사라졌다. 초등학생부터 70, 80대의 할머니까지, 꽃미남을 꿈꾸는 청년에서 중장년층 전문직 종사자들, 원로 정치인에까지…. 더 이상 '마음이 고와야'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 세계적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가 토크쇼에서 한국을 '성형 중독 국가'로 규정할 만큼 유난스러운 데가 있다.

◇경희대 엄현신 씨의 박사학위 논문 내용은 이 같은 성형 열풍을 실감하게 한다. 설문조사에서 25~29세 여성 중 61.5%가 성형수술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은 우리 사회의 성형 보편화 추세를 말해준다. 더구나 응답자의 81.5%는 성형수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살다 보면 성형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그 자체는 비난받을 이유가 하등 없다. 문제는 예쁘지고 젊어지고 싶은 욕심엔 끝이 없다는 점이다. 여자처럼 예뻐지려다 크나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성형 중독자 피트 번스,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 씨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방송인 박경림 씨가 서울의 한 초교 아이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강의하면서"성형수술을 하면 누구와 비슷해 질 수는 있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가 사라진다"고 한 말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의 지혜가 필요하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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