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들 포항 스틸러스 단장 자리다툼 '꼴불견'

입력 2007-02-21 10:41:44

프로축구구단 포항스틸러스의 정기 주주총회(3월 6일)를 앞두고 포항시의회가 시끄럽다. 부사장급 임원인 단장 자리를 두고 일부 시의원들이 "내가 적임자" "○○○ 시의원은 안된다."며 비방과 음해가 난무하는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사람 많아요"

포항스틸러스는 지분 전체를 갖고 있던 포스코가 1995년 시민구단으로 전환시킨 국내 1호 프로스포츠팀. 현재 포스코와 포항지역 기업 삼일그룹 16.7%씩을 비롯해 조선내화 8.3%, 포항상의 4% 등 43개 기업·단체가 주주다.

사장을 삼일그룹 고 강신우 회장이 맡았다가 퇴진한 뒤 사장은 포스코 측이, 단장은 시의원이 맡아 왔다. 1999년 최영만 시의원에 이어 한명희 시의원이 2대 단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이들이 단장으로 선임될 때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이 사전 조율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져 "스틸러스 단장은 지역 정치권 합의를 거친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있다.

문제는 올해 너댓 명의 시의원이 나서 단장 직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

스틸러스 구단은 단장(공식직함은 사업본부장)에게 8천만 원대의 연봉을 포함해 포스코 계열사 임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2명의 '시의원 단장'을 거치면서 지위와 권한이 알려졌고 누구나 탐낼 만한 조건임이 확인되면서 군침을 흘리는 사람이 늘어난 것.

박문하 시의회 의장도 "스틸러스는 시민구단이므로 단장은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이 맡는 것이 취지에 맞는 일"이라며 '시의원 당연직 단장'론을 옹호했다.

◆"단장 자리가 시의회 전리품?"

단장 자리를 둘러싼 시의회의 이전투구에 대해 시민들은 한심하다는 반응들이다. 특히 스틸러스 서포터즈 등 팬들은 '시의원 단장'을 당연시하는 시의회와 포항시에 대해 "턱없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구단인 스틸러스의 자본금 12억 원 가운데 정작 시나 시의회는 단 한푼도 출자하지 않았고 입장권 예매 등 구단 운영에도 거의 기여한 바 없는데 단장 자리를 탐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구단 관계자는 "시의회 등의 출자는 전혀 없고 시의회에 8만 원짜리 시즌입장권 예매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사겠다는 뜻을 전해온 이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연간 130억 원에서 150억 원에 이르는 구단 운영비는 사실상 전액 포스코가 부담하고 있을 뿐 지난 12년간 시나 시의회의 예산 지원은 전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인사는 인사권자인 포스코와 김현식 현 사장에게 맡기는 것이 도리라는 원칙론이 힘을 얻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스틸러스 임원 인선은 스틸러스 경영진의 뜻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잡음이 이어지면 포스코가 제3의 인물을 앉힐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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