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코너)軍 복무기간 단축

입력 2007-02-20 07:00:42

최근 발표한 국방부의 병역제도 개선안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골자인 군 복무기간 단축을 둘러싸고 현실성과 형평성 등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대체복무제 폐지, 사회복무제도 도입 등 세부적인 내용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이번 참에 병역제도와 관련된 해묵은 과제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군 복무 가산점제 부활 등에 대한 논의도 제기된다.

북한과의 해빙이 온전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군과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로서는 이런 방대한 구조부터 이해하는 게 좋다. 논리적 일관성을 가지기 위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군 관련 특정 주제에 대한 논술문을 쓸 때 이 같은 복잡한 문제들을 가급적 함께 다뤄야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병역제도 개선안의 내용

핵심은 군 복무기간 단축이다. 지난해 1월부터 육군에 입대한 병사, 2005년 말부터 해군과 공군에 입대한 병사들은 단계적으로 복무기간이 줄어들어 2014년에는 6개월이 단축된다. 이에 따라 2014년 중반 이후 복무기간은 육군 18개월, 해군과 공군은 20개월과 21개월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전·의경, 경비교도, 산업기능요원, 공익행정요원 등 대체복무제는 폐지되며 현역 제외자는 사회봉사요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군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으로는 유급지원병제 도입과 간부 비율 확대 등이 제시됐다. 유급지원병제는 전투와 기술 숙련기간이 필요한 직위에 의무 복무 후 6~18개월을 유급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복무기간 단축의 이유에 대해 개인의 병역 부담과 취직 연령 상승으로 사회적 비용 부담이 과다해 생애 총 근로기간을 늘리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군 구조 첨단화에 따라 병력 소요가 줄어들어 2011년 이후에는 잉여자원이 발생하고 2020년이 되면 전체 복무 대상자의 절반 가까이가 군에 가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배경과 우선 과제에 대한 논란

병역제도 개선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예상보다 높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를 군에 보내야 하는 부모는 물론 당사자들조차 반대 의견이 많다고 한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호도에 영향 받은 바가 크지만 비판 이유는 새겨볼 만하다.

우선은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선동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복무기간 단축은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일 수 있으나, 한반도 주변정세와 북핵문제 등 안보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포퓰리즘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쓰디쓴 독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신문 칼럼)

군 복무기간 단축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군 사기 진작이라는 비판도 따끔하다. '아무리 복무 환경을 개선한대도 군인이 민간인만큼 편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는 없다. 군 복무 환경의 개선만으로는 군 복무에 따른 상실감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대신, 군인에게 그동안 상처받은 명예와 자긍심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군 복무가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경험이 될 수 없다면 복무 환경이 아무리 개선되고, 복무 기간이 아무리 짧아진대도 군대는 여전히 청춘을 썩히는 곳일 수밖에 없다.'(신문 칼럼)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인적 자원 낭비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정부 주장에 동의하는 의견도 적잖다. '한창 나이에 2년여를 단순 노동 위주의 군에서 보냄은 국가적 손실 측면이 있음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2년은 과거 10년보다 더한 격변의 기간이다. 사실 1년 정도의 단절은 관리만 잘 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대부분 의무복무를 1년 이내로 하고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병영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신문 칼럼)

▨ 단축에 따른 전투력 저하 문제

군 복무기간 단축과 관련된 가장 직접적인 반대 이유는 복무기간을 줄임으로써 전투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 육군 사병 복무기간에는 훈련기간 5주와 특기교육 평균 3~5주, 자대 적응기간 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복무기간을 18개월로 할 때 이런 교육기간을 빼면 실제 근무기간은 15개월 남짓밖에 안 된다. 게다가 첨단전력화에 따라 교육기간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력 발휘를 제대로 할 만해지면 제대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신문 사설)

군사력 유지를 정책 최우선 과제로 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안보 현실에서는 우려스런 계획이라는 지적도 강하다. '북한군의 병력은 120만 명으로 우리 군의 60만 명에 비해 2배에 이르고, 북한군의 복무기간 또한 7~10년으로 우리 군의 3~5배에 달한다. 군복무기간 단축은 결국 일방적인 병력의 감축으로 이어지고 전투수행능력 또한 반감된다고 볼 때, 적어도 지금은 군복무 단축을 논할 때가 아니다.'(신문 칼럼)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히려 군 전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번 병역제도 개선은 기본적으로 전투력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8년여에 걸쳐 점진적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위에서 언급한 유급지원병제 도입, 입대 전 기술특기병 양성제도 도입, 간부 비율의 증가 등 인력 구조적 측면의 개선과 함께 전투력 향상에 전념할 수 있는 부대 운영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군의 전투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 예산 확보 문제

군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유급지원병제 도입과 대체복무 폐지 등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여론이 걱정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유급 지원병에게는 연간 1천만∼1천500만 원씩 지급되는데 2008∼2020년에 2조 6천억 원, 2020년 이후 매년 최소 5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과연 이 돈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그 정도 봉급으로 유급 지원병을 필요한 만큼 충원할 수 있을 것인가.'(신문 사설) '현재 복무중인 대체복무자는 전·의경 3만 8천여 명을 포함해 20만 명에 육박한다. 대체복무제가 폐지된다고 가정하면 관련 행정 기관 등의 업무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를 메우기 위한 대체인력과 관련 예산의 확보 방안 등에 대해 관련 기관 간 긴밀한 협의, 나아가 사회적 공론화에 따른 국민적 합의 도출이 올바른 수순이다.'(신문 칼럼) 실제로 정부는 현실적인 유급지원병의 연봉, 대체복무 폐지에 따른 소요 예산 등은 아직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충분히 검토됐다고 반박한다. '유급지원병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지원율과 예산 확보 측면에서 일부 회의적 시각을 전하고 있으나 이 또한 과도한 우려라는 점이다. 설문조사 결과 약 25% 정도가 지원의사를 밝혔고, 예산은 국방개혁 2020 수립과정에서 약1.7조 원이 이미 반영되어 있고 추가 2만 명에 대한 예산은 앞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확보할 예정이다.'

▨ 그 밖의 문제들

정부가 대체복무제를 폐지하고 여성까지 참가할 수 있는 사회복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제외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의 비난이 뜨겁다.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과 사회적 차별은 유엔조차 기본권 침해사항이라고 규정하고 대체복무제를 통해 군복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남북분단과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천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처벌하고 이들의 대체복무제 도입 요구는 거부해왔다.'(참여연대 성명) 해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는 어떻게든 해결돼야 할 문제로 보인다.

군 복무 가산점 제도는 1999년 남녀 차별 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복무제가 나오면서 군 복무자에게도 일정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 일부에 해당하는 병역 의무 수행자들은 그렇지 않은 국민과 차별돼야 하며, 국가는 그들의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 일부에 국한해 병역의무를 강제한 반면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다른 국민은 생활의 제약이나 기회의 손실이 없었기 때문이다.'(신문 칼럼) 이에 대한 반대 주장도 나온다. '이미 8년 전에 위헌 결정이 난 제도여서 새삼 옳고 그름의 이유와 근거를 반복해 나열할 필요는 없다. 굳이 확인하고 싶으면 그때 자료를 찾아보거나 모든 논의를 요약한 헌법재판소 결정문만 읽어도 된다. 요즘 중·고교생 정도만 돼도 여성의 출산과 가정 경영이 군복무와 비교해 어느 정도 힘들며, 그로 인해 취업에서 어떤 차별을 당하는지를 잘 안다.'(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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