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들녘이다
하늘만 비치는 빈 들판이다
소백산이 그어놓은 일필휘지
굽이진 세월의 무늬따라
적막한 노래가 흐른다.
하얀 길이다
검은 옹이 점점이 박힌
고독한 둑길이다
여울진 길 저 편에
완고한 소나무
텅빈 들의 충만을
즐기고 섰다.
길은 끝이 없고
산기슭 양지쪽에
노란 버섯처럼 피어난 그리움
차라리 옷깃을 여민다
하얀 길을 간다
나무의 침묵 너머로
회색빛 하늘 아래로
솔잎보다 더 푸른
겨울이 있다.
글 석민기자
그림 김호교(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