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전쟁-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이학사 펴냄
왜 수많은 사람들이 애인의 바람기 때문에 괴로워할까? 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가 내 아이가 맞는가? 왜 어떤 여자는 쉽게 오르가즘을 느끼고 어떤 여자는 그렇지 않은가? 자위행위에 대한 많고 많은 편견 속에서도 왜 사람들은 남모르게 자위행위를 하는가?
소설 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내는 왜 주인공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남자하고도 결혼을 하는가? 소설 속의 아내는 특별난 사람인가?
성(性)과 관련된 이 같은 민감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명제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자연이 남자로 하여금 여자에게 달려들게 만들고 여자는 최상의 유전자를 공급해 줄 성적 상대를 물색한다는 주장은 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완전히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 로빈 베이커가 있는 그대로 인간의 성을 이야기하고자 대중을 대상으로 쓴 과학책인 '정자전쟁'은 낯설고 도전적인 명제들이 산재해 있다. 충격적이다.
"부부 관계에서 태어나는 자녀의 10%가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다."
"남자의 정자 가운데 수태 능력을 지닌 것은 1%도 되지 않는다."
"영리한 질 점액은 정자를 차별하여 어떤 것은 용기를 북돋우는 한편 어떤 것은 차단한다."
"여자는 배우자보다는 일시적인 외도 상대의 아이를 임신할 확률이 높다."
사람들은 이성에게 때로는 동성에게 호감을 가지고, 호감 가는 대상과 성교를 하고 싶어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결혼을 해서 평생 동안 배우자와 함께 살아가려 하고, 때로는 외도를 하기도 하는 이유는 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종족보존 본능 탓이다. 이런 종족보존 본능이 발현될 때는 사람의 몸속에서 어김없이 정자전쟁이 일어난다.
남자는 여자의 몸속에 가능한 한 자신의 정자 부대를 많이 투입해서 후손을 늘리기를 원하며 여자는 가능한 한 최상의 정자를 얻어서 번식력 있는 후손을 낳고자 하기 때문에 정자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것. 영국의 한 최근 연구는 인구의 4%가 정자전쟁을 통해 임신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자의 몸속에서 여러 남자들이 사정한 정자 부대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인간의 성을 설명하는 키워드인 동시에 이 책의 핵심이다.
두루뭉술한 성에 대한 논의는 이 책에는 없다. 대신에 실제로 자기 자신 또는 이웃의 침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과, 인간의 갖가지 성적 양태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있다. 이것은 이 책의 장점이며, 그 어떤 과학책보다 쉽고 흥미로운 이유다.
상아탑 밖에서도 과학적 지식이 통용되기를 바랐던 저자는 온갖 비난을 무릅쓸 각오로 학자적 글쓰기를 포기하고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과학책 '정자전쟁'을 썼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또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독일, 러시아, 스웨덴, 일본, 중국, 폴란드 등 21개국 출판사를 통해 모두 20개 언어로 번역돼 지금은 세계인들에게 읽히고 있다. 405쪽, 1만8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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