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개학을 앞두고 교복값 '거품' 논란이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부터 전국 5개 지방사무소와 공동으로 주요 교복 제조업체와 판매대리점 등의 가격담합과 학부모들의 공동구매에 대한 입찰 방해행위 등에 대한 집중 조사에 나서고 교육부도 5월까지 학생들에게 사복 착용을 권고하면서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교육부의 5월 교복 착용 권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에선 3월 교복 등교를 강행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교복값 문제. 학부모들의 큰 불만이 히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교복 값 거품 심하다?
"교복이 어떻게 양복보다 더 비싼지 이해가 안갑니다. 원단이나 디자인이 특별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 거품으로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주부 김성은(42·대구 수성구 수성1가) 씨의 하소연. 중·고생 자녀를 둔 김 씨는 학원비는 둘째 치더라도 교복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너무 커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교사 김모(40)씨는 "메이커 교복은 보통 30만 원 가까이 하는데다 여유분 와이셔츠 몇 장을 추가하면 교복 구입값이 40만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탈사이트 '엠파스(www.empas.com)'가 최근 '중·고교 교복값 거품 논쟁'과 관련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참여자 604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588명(97%)이 현재 교복값이 과도하게 부풀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교복이 대구 교복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원가는?
속칭 '빅4(스크룩스·스마트·아이비클럽·엘리트)'의 교복 판매가는 동복(세트)의 경우 20~25만 원선. 이에 비해 지역 중소업체들의 동복은 공동구매를 하면 12만~13만 5천 원 정도로 40% 이상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교복원가는 도대체 얼마일까. 중소교복업체들로 구성된 대구학생복연합회가 밝힌 2007년 교복 생산원가를 기초로 교복값을 계산해 봤다.
연합회측이 밝힌 생산원가는 남학생복 12만 1천750원. 여학생복은 남학생에 비해 1만~1만 5천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을 기준으로 한 생산 원가를 계산해 보면 상의는 캐시미어 원단 구입비 2만 5천650원, 임가공비 2만 원, 단추와 마크 3천500원, 안감 3천200원, 싱과 실 등 기타 3천 원 등 총 5만 5천350원이다.
하의는 원단 1만 8천200원, 임가공비 8천500원, 안감과 주머니 등 기타 3천 원 등 총 2만 9천700원. 여기에 와이셔츠는 원단 구입비 5천500원, 임가공비 5천500원, 단추나 싱 등 기타 2천 원으로 생산원가가 1만 3천 원이며 조끼는 원단 1만 1천700원, 임가공비 1만 2천 원 등 2만 3천700원으로 나타났다.
연합회측은 "브랜드 교복업체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원단을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이 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아이비클럽 박광현 대구지점장은 "메이커제품은 임가공비에 트랜드·실루엣 등을 담아 디자인 하는 노하우비용이 포함돼 있으며, 또 전문가 집단이 분업으로 하나의 완성된 교복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봐야한다."면서 "학생들이 메이커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술개발 및 생산비를 투자, 성장기의 체형에 맞는 교복을 출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브랜드 교복업체 관계자는 "일반 교복과 브랜드 교복 간 품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 가격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며 "대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및 A/S 등 여러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동구매로 거품 없앴다
대구 북구 침산동 일중학교는 지난해 4월부터 공동구매를 통해 1학년 교복을 구입하고 있는 데 예상 외로 만족도가 높다. 김민지(41·여) 1학년 학부모회장은 "공동구매를 통해 체육복을 50%가량 싸게 산 것을 계기로 교복도 공동구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하복을 알아보니 대기업과 일반제품의 값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더라"면서 "결국 공동구매를 선택했는데 오히려 공동구매한 교복이 맞춤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더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대구 수성2가 동중학교는 6년째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을 구입하고 있다. 이순연(42·여) 1학년 학부모회장은 "메이커제품 보다 보통 40%가량 싸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학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또 교복집이 학교 앞에 있어 손쉽게 찾고 고칠 수도 있다는 것. 아이들이 성장기에 있어 1년이 지나면 교복집에서 몸에 맞게 고쳐주기도 하는 등 편리한 점도 많아 현재 전체 학생의 65%가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제일프리패스 평리점 김충현 대표는 "아직까지 미약하긴 하지만 지역에서 교복을 공동구매하는 학교가 2005년 10개 교에서 지난해엔 15개교로 늘었다."고 말했다. 제일프리패스 수성점 김성규 대표는 "예전에는 한 때 무조건 싼 가격에 제품을 납품, 공동구매의 폐단이 있었지만 지금은 노하우로 똘똘 뭉친 10여 개 업체가 가격과 품질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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