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힘나요" 설연휴도 일하는 성서공단 기업들

입력 2007-02-16 09:25:28

설. 모두들 고향에 간다지만, 고향에 못가는 이들도 적잖다. 일감이 넘쳐 연휴에도 특근을 해야하는 이들은 고향 못가는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회사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단다.

대구 성서공단 내 성림첨단산업(주). 이 회사 근로자들은 명절 때 쉬어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3년 전부터 설·추석은 남의 이야기가 됐다. 올해도 설 연휴에 특근이 잡혔다. 그나마 직원들이 올해만큼은 연휴 때 쉬어보자는 목표를 잡고 한 달 전부터 일요일 특근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17일 하루만 특근에 나선다.

하지만 이는 단지 계획일 뿐.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납품 기일에 물량을 못 채우면 과거처럼 연휴가 통째로 물 건너갈 수도 있다.

공군승 대표는 "매년 명절 때만 되면 좀 쉬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직원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여야 한다."며 미안함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이 회사 180여 명의 직원들 마음속엔 '행복감'도 적잖다. 지역 다른 업체들이 일감이 없어 고민하는 것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김상욱 생산과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 때 특근을 하는 바람에 가족들이 무척 서운해 했지만 일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위 친구들도 일거리가 많아 좋겠다며 오히려 연휴 때 일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 곳에서 몇년만 근무해도 명절날 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고 웃었다.

컴퓨터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생산 능력은 월 100만 개 정도. 하지만 최근 주문이 쇄도, 휴일에 쉬고서는 도저히 물량을 맞춰낼 수 없다. 공 대표는 달리 방법은 없고, 직원들에게 두둑한 수당으로 위로해주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영구자석과 컴퓨터 HDD(컴퓨터 하드) 핵심 부품인 VCM(보이스 코일 모터)을 생산, 중국 등에 대한 수출은 물론,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이 업체. 지난해 22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휴일을 잊은' 덕택에 6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2010년까지 직원 수도 400명으로 늘리고 공장도 증설, 월 1천만 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일감은 더 늘어난다는 의미.

공 대표는 "앞으로 더욱 바빠지기 때문에 이번 설이라도 목표를 조기 달성, 직원들이 며칠 쉬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굴삭기 부품을 생산하는 성서공단 내 (주)삼영기계도 이번 설 연휴 하루 특근이 잡혔다. 매년 명절 때면 하루 정도 꼭 특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김홍창 공장장은 "21일까지 출하해야 할 양이 남아 있어 22명 직원 가운데 7명 정도가 회사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에 납품하는 이 업체는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보인다. 그런 만큼 시도 때도 없이 바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 공장장은 "오히려 연휴 때 길게 쉬는 것 보다 차라리 바쁜 게 낫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무작정 집에서 노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면서 대가를 챙기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성서공단내 한국OSG도 이번에 설 당일만 쉬고 17·19일 전체의 60% 생산 라인을 돌린다.

이한우 상무는 "여태껏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명절 때 쉬기도 하고 일하기도 했다."며 "이번 달부터 수출과 내수 물량이 급증해 연휴 때 일하지 않으면 제 때 납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연휴 동안만 6억 원 정도 납품을 해야 한다는 것.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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