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선택' 못 말리나…20·30대 자살 잇따라

입력 2007-02-16 09:55:47

20, 30대 여성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우울증과 실연, 빚 등이 주된 이유. 이처럼 젊은이들의 자살이 갑작스레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왜 세상을 등지는 것일까.

◇자살은 자살을 낳는다

15일 수성구 두산동의 한 원룸에서 김모(23·여) 씨가 장식틀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가 "엄마, 아빠 미안해요. 나 대신 우리 아들 사랑해 줘."라는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처지를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서구 비산동 강모(29) 씨의 집에서도 강 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 씨가 대학 진학 후 혼자 자취생활을 하다 대인기피증세를 보였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남구 봉덕동 한 빌라에서 20대 여성이 실연으로, 남구 대명동에서는 30대 여성이 빚 문제로, 앞서 12일에는 20대 여성이 취업 문제로 목숨을 끊는 등 20, 30대 여성들이 잇따라 자살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들의 경우 감성적인 데다 자신의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지 못한 채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 때문에 쉽게 자살 유혹에 빠진다고 본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저렇게 다 갖춘 사람들도 죽는데 나 같은 사람이 살아서 무엇하느냐."는 식의 허무감을 표현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 실제 자살은 본인뿐 아니라 최소 6명 이상의 주변 사람들에게 심리적, 정서적인 영향과 자살 위험을 전염시킬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극단적 선택의 이유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경우 자살로 인한 20, 30대 사망자 수는 지난 2001년 92명에서 지난 2005년 166명으로 5년 새 무려 1.8배나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우울증'과 20, 30대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꼽고 있다. 우울증이 오랜 기간 방치되다가 실업이나 불황, 실연 등 사회적 충격이 가해지면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 또 사회 집단에 대한 융화나 적응보다는 개인적인 가치관을 중시해 갑작스런 경제적 위기나 가치관이 무너지면 극단적인 상황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위원회가 내놓은 '자살 예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초교 때는 과외와 학업, 부모로부터의 질책, 젊은 시절에는 취업문제, 가장이 됐을 때는 경제적 문제로 짜증과 화가 쌓이면서 자살 유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책을 세우자

정부는 최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의 초안을 마련했다. 이 안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 정신건강상담 및 유해사이트 모니터링 강화, 범국민 생명존중운동 전개 등 '자살예방 5개년 종합대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아직 자살 방지를 위한 정부의 투자는 초보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의 자살 관련 직접 예산은 한 해 5억 원선.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국과 영국, 핀란드, 헝가리 등과는 큰 차이가 난다.

또 전문가들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미 마음과 마음 정신과 원장은 "생활에 활기가 없거나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반드시 상담센터와 우울증 선별 프로그램 등을 이용, 자신의 정신 건강을 짚어봐야 한다."며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지자체와 의료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대 시민 홍보 활동 등을 펼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