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 이야기] 서편제

입력 2007-02-15 07:08:41

이 영화는 소리꾼 아버지, 누이 송화 그리고 남동생 동호 삼자간에 벌어지는 예술의 혼과 사랑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오이디푸스 갈등을 다루고 있다. 오이디푸스 갈등이란 어린 시절 남자 아이가 아버지를 물리치고 어머니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를 가짐으로써, 아버지에게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불안감에 시달리며 겪게 되는 갈등을 말한다.

동호(김규철)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의붓아버지(김명곤)와 성교하는 원초경(元初景)을 목격하면서, 아저씨에게 어머니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게다가 어머니가 아저씨의 아기를 낳다가 난산으로 목숨을 잃게 되자, 어머니를 앗아간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한층 커진다. 의붓아버지 유봉은 절대 부권을 행사하는 권위적인 아버지다. 동호는 아버지의 불호령 앞에서 대꾸 한마디 못하고 '거세불안'에 시달리며 기죽어 지낸다. 아버지에게 혼나고 울고 있는 동호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누이 송화(오정해)는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동호는 어머니 격인 송화와 아버지 격인 유봉과의 삼각구도에 자신을 끼워넣어,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과거 아버지와 벌였던 오이디푸스 갈등을 다시 겪는다.

동호는 감히 넘어설 수 없는 강한 아버지에게 누이마저 빼앗길 것 같은 불안의 해결책으로 누이를 포기해버린다. 그러나 떠남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약방 직원으로 취직한 동호는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일이 업무보고를 한다.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굵직한 목소리만 등장하는 사장은 동호에게 지시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 상이며, 이것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오이디푸스 갈등의 지속을 의미한다.

종결부에 전국을 헤맨 끝에 눈먼 누이와 재회한 동호는 그녀의 소리에 맞춰 밤새도록 북장단을 한다. 이것은 생전에 아버지의 정신에 대한 진정한 공감과 아버지와의 동일화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오이디푸스 갈등의 원만한 해결은 아버지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그의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동호가 헤매고 헤매던 끝에 찾은 누이를 뒤로 한 채 돌아서는 것은 거세불안을 극복하고 진정한 남자로 거듭났다는 은유가 아닐까.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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