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례문화 이젠 바꾸자

입력 2007-02-15 07:50:58

국토를 잠식하고 산림훼손이 심한 매장 중심의 장례문화로 인해 우리나라 전 국토의 1%를 묘지가 차지하고 있다. 매년 20여 만 기의 묘지가 새로 생겨나 산림을 파괴하고 근래에는 농경지도 묏자리로 잠식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량은 그만큼 더 늘어나야 하고 살 곳도 마련되어야 하는데, 한정된 국토에서 우리의 봉분문화가 지속될 경우 살아있는 사람들의 터전은 없어지게 된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두고 가는 육신이 후손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그러잖아도 좁은 땅을 자꾸만 차지해야 하는지 이제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된 것이다. 국토면적이 우리나라보다 100배나 큰 중국에서도 100% 화장을 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와 같은 문화권에 있어 장묘제도도 비슷했지만 엄청난 규모의 땅이 묏자리로 변하자 이미 오래전에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지도층이 솔선수범함으로써 심각했던 묘지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또 인구에 비해 넓은 국토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는 화장보다는 주로 매장을 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봉분을 만들지 않고 관의 크기만큼 땅을 파서 묻는 평장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주변경관도 훼손하지 않고 묘지면적도 적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 유럽의 여러 선진국에서는 산림에 자라고 있는 나무 밑에 유골을 묻는 수목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화장시 발생되는 유해가스를 없애기 위해 시신을 진동기계로 가루를 만든 후 쉽게 썩도록 옥수수나 감자 전분으로 만든 상자에 담아 땅에 묻고 그 위에는 나무를 심는 방식을 권하고 있다.

티베트에서는 독수리에게 사람의 육신을 먹이는 천장이 보편화됐다. 천장사가 직접 시신의 뼈까지 독수리가 먹을 수 있게 잘게 부수어 먹이로 주는 것이다. 비록 잔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시신이 잘 썩지 않는 한냉건조한 기후에서는 다른 어떤 장례보다 훨씬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장례문화는 그 지역의 기후나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므로 어느 것이 미개하고 어느 것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혼이 떠난 육신은 이미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묘지에 관한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 지금은 화장터가 부족한 실정이나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추가시설 마련이 어렵다고 한다.

사실 기존의 화장터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에서 뿜어내는 시커먼 연기와 역겨운 냄새가 얼굴을 찌푸리게 하니 누구나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화장장을 시설할 때는 건물도 밝은 분위기로 바꾸고 연기도 냄새도 거의 없는 최신 화장로를 설치해 혐오스런 이미지가 없어지도록 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도 각종 혜택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제 묏자리가 없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사람이 화장을 한다는 인식은 버리고 호화묘지를 지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때이다. 하루 속히 우리의 장례문화도 효(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변해야 한다. 하나뿐인 지구는 이미 온난화라는 중병에 걸려 빙하가 녹은 물이 섬나라를 집어삼키고 뜨거워진 바다는 끊임없이 폭풍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처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10년 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대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해주는 나무를 잘 가꾸어주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탄소 흡수기능 향상과 더불어 푸르고 울창한 산림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가꿀 때 병든 지구도 살릴 수 있고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란 불명예도 지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손봉영(구미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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