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처럼 딱딱한 우유맛 잊을 수 없어"
"그 맛이 어찌나 좋던지… 산해진미인들 그만큼 맛있었을까요? "
본지 9일자 1면 '1954년 대구…우유 배급 기다리는 아이들'의 사진 속 주인공인 이영식(61·대구시 북구 칠성동) 씨가 12일 본사를 찾아왔다. 이 씨는 손가락으로 사진 속의 까까머리 아이를 가리키면서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도 않은 어려웠던 그 당시를 떠올렸다.
"모두 배고프고 힘든 시절이었어요. 오전에는 동인동 동막교회와 다른 선교단체에서 강냉이 죽을 배급했어요. 그걸 먹고 놀다가 오후 우유 급식 시간만 되면 앞줄에 서기 위해 힘껏 달려갔지요."
이씨는 6·25전쟁 중 온 가족이 고향(평안북도)을 떠나 대구 피란민촌에서 생활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밤새 매일신문을 펼쳐들고 가족끼리 이야기 꽃을 피웠다."면서 "이 사진으로 우리 세대의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현재 사진 속 장소는 동인동아파트 자리예요. 그때 일제강점기 때 문닫은 풀장 주위로 북한에서 피란온 사람들이 세운 움막집이 가득 들어서 있었지요."
이씨는 대뜸 '돌처럼 딱딱한 우유를 먹어 봤느냐?'고 기자에게 묻더니 "배급받은 가루 우유를 어머니가 가마솥에서 쪄주면 돌처럼 딱딱해졌다. 이 덩어리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배고플 때 갉아 먹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그 맛을 잊을수 없단다.
이 씨의 회고는 계속된다. "공군부대에 다니는 이웃집 아저씨가 양철통에 미군들이 먹다남은 음식물을 가져오는 날이면 주민들이 벌떼같이 몰렸어요. 한번은 음식물 더미에서 질퍽질퍽 하는 반토막의 바나나를 발견하고 얼마나 좋았던지…."
현재 업소용가구점을 운영하는 이 씨는 "그때 남에게 받은 도움을 이제 돌려주고 싶다."며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장 등 20년째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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