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의 격전장 설이 다가왔다.
올해 연휴는 주말을 끼고 단 3일 밖에 없어 아쉬움을 더하지만 여러 편의 영화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번 설 연휴 극장가의 판도는 한국산 코미디 영화 대 아카데미 후보작으로 크게 양분할 수 있다.
오는 25일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아카데미 수상작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영화들이 대거 국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약속하고 있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외화로는 오는 15일 개봉하는 '더퀸'과 아카데미 최다 노미네이트작 '드림걸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인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리틀 칠드런', 아카데미 음향편집상, 음향상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아버지의 깃발' 등이 있다.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명성을 자랑하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외화들의 면면 또한 다양하다.
◆ 더 퀸(The Queen)(15일 개봉)
1997년 8월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프랑스에서 사망한다. 그녀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다.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행렬이 연일 버킹엄궁으로 이어지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어린 두 왕자를 데리고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그 사이 다이애나의 죽음과 관련해 조기 게양도 하지 않고 어떤 공식적인 발표도 없는 왕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쌓여간다.
언론은 이런 왕실의 태도를 연일 비난하고 나섰고 새로 부임한 토니 블레어 총리는 멀어지기만 하는 왕실과 국민을 화해시키기 위해 여왕을 설득하기에 이른다.
'더 퀸'은 현실을 영화로 재구성한 팩션 드라마다.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여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생전의 다이애나의 인터뷰 장면과 자동차 사고 당시의 화면 등 실제 화면을 사용했고 이를 통해 사랑스런 다이애나를 부활시킨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기한 헬렌 미렌(62)은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지명됐다.
◆ 리틀 칠드런(15일 개봉)
'리틀 칠드런'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영문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지만 시어머니가 물려준 널찍한 집에서 브랜드 컨설턴트 남편을 둔 채 딸 하나만 키우고 있는 전업 주부 세라(케이트 윈슬렛). 미끈한 몸매에 잘나가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내와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브래드(패트릭 윌슨). 정작 본인은 사법시험을 두 차례 거푸 실패해 집에서 아내 대신 아들을 키우고 살림을 한다. 두 인물의 만남과 격정이 이야기의 중심 축이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세라와 브래드의 일탈은 결혼생활에 서서히 지쳐가는 성인들이 보기엔 딱 바라는 바다. 가정에서의 소외감을 오래간만의 설렘을 안겨주는 새로운 이성에게 찾는데,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다. 단지 육체에 집착하지 않고 영혼의 상처를 서서히 달래가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갈구하는 모습을 보여줘 공감의 폭이 크다.
케이트 윈슬렛이 이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 아버지의 깃발(15일 개봉)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요새 이오지마에 상륙한 미군해병은 전투 중 의례적으로 성조기를 꽂는다. 그러나 이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은 희망을 갈망하던 국민들에게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의미가 되었고, 아들이 전쟁터에서 살아돌아오리란 희망을 품게 했고,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는 위안과 자부심이 되었다.
이러한 국민적 감정을 이용하려는 미 정부는 사진 속의 군인들 중 살아 있는 위생병 존 닥 브래들리(라이언 필립)와 인디언 출신의 아이라 헤이즈(아담 비치), 통신병 레니 개그논(제시 브래포드)을 불러 전쟁 보급품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서게 한다. 전국을 돌며 열렬한 환호와 갈채 속에서 열심히 영웅 노릇을 한 세 명 덕분에 시들했던 기금 마련에 불이 붙는다. 그러나 세 명은 영웅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자리를 훔쳤을 뿐이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진실은 전쟁으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드러난다.
◆ 드림 걸즈(22일 개봉)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중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는 단연 눈에 띈다. 총 6개 부문에서 8개의 후보지명을 받아 최다 부문 후보작이 됐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60년대, 노래 잘하는 흑인이 스타가 되는 과정은 힘겹기만 했다.
오디션에 출전하지만 매번 떨어지는 에피(제니퍼 허드슨), 디나(비욘세), 로렐(애니카 노니 로즈). 꿈 많은 소녀인 이들은 프로듀서를 꿈꾸는 커티스(제이미 폭스)를 만난다.
커티스는 이들을 통해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방송에 입성한 후 더 큰 무대로 향해간다.
드림스는 비틀스 못지 않은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다. 그러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디나에게만 쏠리자 소외감을 느낀 에피는 결국 팀을 떠나고 만다.
'드림걸즈'는 의미적절한 노래로 이들의 욕망과 좌절을 담는다. 성공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에 공감의 폭이 크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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