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공단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에 근무하는 이모(38)씨는 설날에 고향 거창으로 가는 것을 포기했다. 토·일요일이 끼여 휴무일수가 짧은 게 명목상 이유. 하지만 실제 이유는 지난해 받던 상여금이 회사 경영 악화로 올해는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에는 상여금 덕분에 교통비와 세뱃돈 등 약 50만 원 정도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상여금이 없는 올해는 출혈이 너무 클 것 같아 고향행을 포기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주위 동료들도 이번 설에는 고향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은 대구 근로자들에겐 어느 때보다 우울한 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지역의 124개 회원사(대기업 18개·중소기업 106개)를 대상으로 '설날 휴가실시에 따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날 상여금 지급업체와 평균지급률이 지난해보다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설날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는 전체의 77.4%로 지난해 80.5%보다 3.1% 줄었다. 대기업의 경우 지급 업체는 66.7%로 지난해(79.7%)보다 13% 감소했고 중소기업도 전체의 79.2%만이 지급한다고 답해 지난해(81.2%)보다 2% 줄었다.
평균 지급률 또한 전체의 72%로 지난해 77.5%에 비해 5.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평균지급률이 80%(지난해 100%)였고 중소기업도 71%(지난해 79.3%)로 지난해 줄었다. 올해의 경우 100% 초과해서 지급한다는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지난해 1.7%).
설날 상여금 지급 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업체(89.6%)가 정기 상여금으로 지급한다고 답했다. 정액 지급은 6.3%, 특별 상여금 지급은 전체의 4.2%에 불과했다.
'설날 특별 선물'이란 온정도 줄었다. 올해 선물을 제공한다는 업체는 전체의 72.6%로 지난해 81.1%에 비해 8.5% 감소했고 특히 대기업의 경우 77.8%로 지난해 100%에 비해 급감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영자총협회측은 계속된 내수시장 침체와 함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 또한 최근 환율 불안 등으로 동반 침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설날 휴무일수 조사에서는 '사흘 동안(58.1%)'과 '나흘 동안(40.3%)'이 전체의 98.4%로 가장 많았으며 '닷새 동안'은 1.6%로 나타났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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