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영재학교 입학 6인방)우린 이렇게 공부했다

입력 2007-02-13 07:31:42

"포기 않는 끈기, 당당한 경쟁은 기본"

그들의 첫 인상은 평범했다. 머리가 이상스레 크지도 않고, 눈빛이 번쩍이지도 않는, 길을 가다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얼굴들이었다. 이신화(신명여중) 양과 김영우(오성중), 김지수(동도중), 안가람(동부중), 장준오(상원중) 최필훈(화원중) 군.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 역시 처음에는 특별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가자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영재학교)가 왜 이들에게 입학을 허가했는지 알 수 있었다.

▨ 경쟁을 즐겨라

영재학교 지원 동기를 묻자 두 가지로 나뉘었다. 예상했던 하나의 답변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김지수, 최필훈 군은 "초등학교 때는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했는데 중학교에 들어와 영재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방향을 바꿨다."며 "내 꿈을 실현하는 데는 영재학교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에너지 천체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는 장준오 군은 "영재학교는 2학년 때부터 전공 분야 연구를 시작하기 때문에 일반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3년 일찍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매달릴 수 있다."고 했다.

'경쟁을 찾아서'라는 이신화 양과 김영우 군의 대답은 예상에서 다소 벗어난 것이었다. 두 학생은 "우수한 친구들과 경쟁하고 교류하며, 시각을 넓히고 생각하는 폭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영재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와 학원에, 대학이나 교육청의 영재교육원까지 다니면서 벌써 수도 없이 경쟁했을 텐데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경쟁은 즐거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오히려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원 등에 다니면서 또래의 뛰어난 친구들과 각축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듯했다. "나보다 더 나은 친구를 보면 빨리 따라잡고 이겨야겠다는 의욕이 더 생긴다."고 했다. 경쟁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즐기는 것, 영재로 자라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음가짐으로 보였다.

▨ 끈기를 가져라

영재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 자신만의 학습 습관이나 독서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 끈기와 성실성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과 고도의 집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요건이다.

이신화 양은 "마음 먹고 한 번 앉으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번에 보통 몇 시간이나 하느냐고 묻자 "여섯 시간 정도요."란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공부에 빠져들면 시간 가는 줄을 잘 몰라요."라며 당연한 일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

장준오 군은 "과학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새로운 내용이면 한 번에 끝까지 읽는다."며 "내용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힘들어도 최대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영우 군 역시 "책읽기는 방학 때 집중적으로 하는데 읽기 시작한 책은 끊지 않고 계속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학습 습관은 별 게 없다는 김지수 군도 "성실함이 자신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이라는 점만은 강조했다.

오랫동안 앉아 있기가 힘들다는 안가람 군은 자주 쉬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생각을 이어간다고 했다. 또 집중이 잘 되는 새벽 시간에 주고 공부한다며 필요한 때는 새벽 4시 정도에 일어난다고 했다.

공부를 하다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부딪혔을 때의 대처 방법도 비슷했다. 일단은 혼자 힘으로 푸는 데 온 힘을 쏟는다는 것. 최필훈 군은 "개념이나 원리는 일단 기본을 이해한 뒤 다양한 종류의 문제를 풀어가면서 다지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가 나오면 며칠이 걸리든 풀 수 있을 때까지 매달린다."고 했다. 김영우 군은 "당장 해결이 되지 않으면 며칠 정도 미뤄뒀다가 생각을 가다듬어 다시 풀어 본다."고 했다. 쉽사리 답안지를 보거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자신을 조절하라

영재라고 해서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책을 읽지는 않는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를 풀어내느냐 하는 데서 남들과는 다른 면모가 엿보인다. 핵심은 철저한 구분.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공부에서 손을 놓고 그때그때 즉시 풀어주는 것이다.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곧바로 실행에 옮기고, 그 간격을 조절하는 일은 한창 마음이 들뜨는 10대 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피로를 풀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대부분 수면. 시간은 30분 내외로 짧았다. 음악을 듣거나 소설책 읽기, 짬이 날 때는 영화를 보기도 한다. 안가람 군은 "피아노를 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TV나 컴퓨터 게임과 담을 쌓고 사는 건 아니지만 여기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가 몸에 배어 있었다. 자기 나름의 규칙도 있었다. TV 시청은 일주일에 두 시간, 컴퓨터는 이틀에 한 번씩 30분 정도가 보통이었다. 즐기는 TV 프로그램이나 컴퓨터와 인터넷 콘텐츠도 거의 고정돼 있었다.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다 보면 예정했던 시간을 넘기는 경우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그런 일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래서 이 학생들이 영재로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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