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적포도주가 항암작용에다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해서 포도주 소비가 많이 늘어난 적이 있다. 필자도 애호가들에 이끌려 와인을 한 잔씩 하곤 하는데 도대체 무슨 종류가 그렇게도 많은지….
학창시절에 배운 제2외국어 실력까지 동원해도 상표조차 시원하게 읽지 못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좋아하는 술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술에는 또한 그에 어울리는 안줏감이 뒤따르게 마련인데, 적포도주는 육류, 백포도주는 어류와 맞다고 한다. 그리고 맥주는 과일이나 소시지가 제격이며, 술집 광고 문구처럼 '속에 천불날 때' 마시라는 그 무슨 얼음막걸리에도 그에 걸맞은 안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1천만 병이 팔려 성인기준으로 세 명 중 한 명은 하루에 한 병씩 마신다는 소주의 안줏감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우 삼겹살이 먼저 떠오르지만, 아마도 소주야말로 안주 궁합(?)에서 가장 자유로운 술인 것 같다. 육류건, 어패류건, 마른안주건, 무슨 안주든지 잘 어울린다. 최악의 경우 안주 없이 마셔도 좋은 술이 바로 소주이다. 소위 말해서 '깡소주'이다.
소주는 고려시대 몽골에서 전래됐다고 한다. 몽골군의 주둔지가 있던 개성·안동과 제주도가 소주 생산지로 유명한 것을 봐도 그렇다. 조선시대에는 고급술이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십여 년 전에만 해도 소주는 그저 마시면 목구멍에서 "캬~'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름하여 '쓴소주'였다.
1920년대 35도였던 소주가 이젠 20도 안팎으로 순하게 변했다. 예전 일본에 갔을 때 어느 위스키 바에서 한국 소주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소주를 일본사람들이 얼음과 물을 섞어 마시는 게 아닌가. 함께 있던 재일교포와 약속이나 한 듯 소주를 스트레이트로 한잔 쭉 들이켰더니, 일본인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몇 잔을 그렇게 마셨더니, 옆에서 "대단하다. 멋지다."라고 외치며 박수까지 쳐준다. 나 참! 소주 몇 잔 먹고 박수받기는 처음이었다. 그 사람들 글라스(맥주잔)에 소주를 한 잔 채워서 주욱 마시는 광경을 봤다면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
아무튼 소주의 또 하나 장점은 독하거나 쓴맛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순한 맥주를 섞어 마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폭탄주'이다. 소주는 친구들과 어울려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이란 점에서도 참으로 정감이 간다. 하지만 어떤 술이든 과음은 건강을 해친다. 만사가 그렇듯, 과유불급(過猶不及)인 것이다.
이무상(M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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