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의 창의적 실전논술)예상되는 반박 주장에 대응논리를 준비하라

입력 2007-02-13 07:50:03

논술에서 펼치는 주장은 생명처럼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어야 하지만 논리의 비약이 있을 경우 그 주장은 일시에 허물어져 버린다. 논술 답안의 주장이 비논리적이거나 일관성을 잃으면 채점자는 그 허점을 보고 감점을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주장을 펼칠 때는 자신의 논리를 공격할 예상 질문에 대한 반론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마치 테니스, 탁구 등 구기 종목에서 내가 공격한 후 상대방의 반격 루트에 대한 만반의 대비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특히 서울대 논술에서는 반론에 대한 대응 논리가 있는지 여부를 잘 살피는 편이다. 논술에서 나의 주장을 펴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들이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성급하게 특별한 사례를 전체적인 현상처럼 일반화시키는 잘못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반박 논리에 대응할 수 없는 논리를 펼치는 것은 자기 주장에 모순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지원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북 지원 단체들은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와 점진적 통일을 위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대북 지원에 대해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퍼주기식 지원'이라며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대북지원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금 지원 창구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 또 올해 예산에 대북지원용 남북 협력기금을 1조 원 이상 책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북 지원은 김정일 북한 정권의 핵무장을 조장하고 폭정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초 기대했던 긴장 완화 효과보다는 한반도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무기의 위협으로 변질돼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고 말았다. 모든 대북 지원은 북한 집권층의 금고에 들어가 북한 동포 압제와 남한에 대한 협박만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현 정부는 오히려 북핵의 인질국가로 전락할 위험을 맞고 있다. 자승자박의 결과다.

㉰따라서 금강산 사업 등 남북한 교류 사업은 물론 쌀 지원 등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은 전면적이고 즉각적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논술 tip

대북 지원에 대한 반대주장을 ㉮와 ㉯를 통해 명확하게 잘 이끌고 있으나 ㉰부분에서 논리 전개상 비약의 오류를 범했다. ㉰는 대북 지원 중 쌀 지원 중단까지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북한 동포는 굶어죽어도 좋으냐는 예상되는 반론에 대응 논리를 제시하지 않았다. 쌀 지원 중단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쌀을 주어도 군용미로 둔갑되거나 중국에 팔아 무기 등 군수품 구입에 사용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이유를 제시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한다고 결론을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사회는 학력지상주의에 몰두하고 있다. 사교육 열풍, 조기 유학 ,지나친 명문대 선호도 등 사회 문제를 낳고 있는 요인들 중 상당수가 과도한 교육열 때문이다. 학력은 정말로 우리 사회의 발전 동력이자 개인의 성취 동기로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 이러한 학력지상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논술하시오.

㉮최근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고도 이 사실을 홍보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대 합격을 대대적으로 자랑하던 다른 학교와는 영 다른 모습이다. 이 학교는 일류병과 허영에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당당하게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라는 학교 설립 취지에 따라 재학생의 서울대 합격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 합격은 인생 성공을 뜻하는 의미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학교마다 교문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자랑하기에 바쁘다. 또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고교일수록 학부모들이 입학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힘들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화에 발맞추어 하버드대, 옥스퍼드대 등 세계 명문대 합격을 자랑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고 외국 명문대 입시를 위한 학습법을 소개한 책들이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게다가 조기 유학으로 아내와 자식을 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늘고 있고 국내에 있는 가정들 역시 학교 수업 외에도 각종 학원가로 몰려 공교육이 제 기능과 제 위치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이외에도 대학 서열화에 따른 지방대의 위기와 고학력 실업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왜 일류 대학에 집착하는가? 높은 학력, 훌륭한 학벌은 그 자체로서 능력이며, 막강한 경쟁력으로 우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학력은 출세를 뜻하며 출세는 곧 행복 보장이란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 명문대 출신들이 사회적 가치를 독점하고 있고 특정 엘리트 분야에서는 일류대 출신이 아니고서는 업무 수행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소리조차 들린다. 실제 한국 기업의 신규사원 채용시 명문대 출신들로 입사 범위를 제한하거나 입사시 우대하는 풍토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기업 내 인사 및 채용시 학벌에 따른 이익 또는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모의 소득이나 학력이 자녀의 학력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연구 조사까지 나와 부와 학력의 대물림 현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학력지상주의의 폐해는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어떤 정책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교육 문제의 해결은 정부만이 나서서 해결할 성질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 사회와 국민 모두가 의식 전환을 통해서 변화시켜야 할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다양한 방식의 평가가 확대되어야 하며 지식 일변도의 기준보다는 각 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사회적 인식의 전환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각 기업들은 학벌이 곧 능력이라는 고질적 편견에서 벗어나 명문대생 위주의 고용과 인사 관행을 파괴해야 할 것이다. 성실과 노력이 아닌 학벌에 의해 부당할 차별이 횡행하는 기업의 인재 활용은 우리 사회에서는 물론 글로벌화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부모들 역시 자녀를 명문대 인기학과만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자녀의 적성과 수준, 미래의 행복 등을 고려하는 교육관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정책적이고 제도적 노력이 계속 병행될 때 우리 사회에 번진 학력지상주의의 병리현상들은 조금씩 해결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논술 TIP

㉮는 학력지상주의 현상과 반대되는 사례의 하나로 서론을 이끈 부분이다. ㉯는 학력 지상주의 주장이 과연 사실인가라는 예상 반론에 대비해 △서울대 합격생 배출 고교의 과열 홍보 사실 △학부모들의 서울대 합격생 배출 학교 지망 현상 △조기 유학 등 사례를 들었다. ㉰는 원인 분석을 다각도로 시도해 공감을 얻고자 했으며 ㉱역시 정부 정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을 통해 전체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임을 강조, 특정 해결 방안 제시에 따른 예상 반격 가능성을 되도록 차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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