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공도서관 선정 '책읽는 가족' 비결은?

입력 2007-02-13 07:59:04

'온 가족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지난 10일 대구 각 공공도서관은 '책 읽는 가족'을 선정·발표했다. 인증서와 현판까지 수여했으니 독서 가문이라 칭해도 빈 말이 아닐 성 싶다. 가족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월 평균 60~80권 가량의 왕성한 독서를 했다. 이들 가족은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이 보이고, 독후감 등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책을 골라 친해지도록 한 것이 나름의 비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들 가족은 공교롭게도 3남매를 둔 5인 가정이라는 점도 특별한 인연이랄 수 있다.

▶중앙도서관, 배태석(43·대명3동) 씨네

"물려 줄 건 책 읽는 습관 밖에 더 있나요."

배 씨네는 중앙도서관 뿐 아니라 서부, 남부, 두류, 학생문화센터 도서관까지 4~5곳의 공공도서관을 애용하는 독서가족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가 입학할 무렵부터 다녔으니 도서관 이용 경력만 6년이다. 가족 1인당 월 평균 94권, 총 471권의 독서량을 기록했다.

"집에도 책이 많은 편이지만 아이들의 책 읽는 속도를 따라잡으려니 절대량이 부족하더군요." 어머니 조점순(41) 씨는 주말이면 도서관 가는 것을 생활화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한 주 대출량은 50권 정도. 조 씨는 '강한 부모', '숨기는 부모가 자녀를 키운다' 등 자녀 교육 관련 서적을 즐겨 읽고 아이들은 과학, 역사, 소설책 등을 가리지 않고 읽는다. 조 씨는 특히 두류도서관까지 30~40분 거리를 운동하는 셈치고 걸어다닌다며 웃었다.

다독은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됐다. 한글이나 영어를 깨우치는 데 특히 그랬다. 초등학교 전교 부회장을 맡고 있는 큰 딸은 영어 동화책과 테이프를 즐겨 읽은 덕에 학원, 학습지 공부 한 번 하지 않고도 대학 어린이영어반에 뽑혀 수업을 받고 있다. "큰 애가 영어반 수업을 갔다 오더니 '나 빼고는 다 해외파'라고 하길래 일찍부터 독서하기를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조 씨는 다만 공공 도서관에 신간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남부도서관, 황선창(41·상인1동) 씨네

황 씨 가족은 지난해 4월 경남에서 대구로 이사왔다. 평일에는 도서관 이용이 힘들다 보니 토·일요일을 도서관 나들이 하는 날로 정해 1년 가깝게 도서관을 다녔다. 이 가족이 지난해 6개월간 읽은 책은 1인 평균 129권, 모두 516권의 다독 기록을 세웠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들 교육에 별달리 신경 쓸 여유도 없고, 책을 안 보니까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에만 매달리더군요."

이 가족은 주말이면 아침을 먹고 도서관으로 직행한다. 가족 4명이 한 번에 빌려오는 책은 20권. 어머니 배경애(40) 씨는 건강 관련 실용서를 좋아하는 반면 아버지는 일본 역사소설, 아이들은 문학서적이나 동화책을 많이 읽는다고 귀띔했다. 배 씨는 특히 대구 공공 도서관의 시설이 경남에 비해 너무 좋아 놀랐다고 했다. "모자실에는 온돌 바닥이 깔려있고 컴퓨터실에서는 영화나 교육용 DVD를 마음껏 볼 수 있더군요. 도서관 인근 달비골도 좋은 나들이 코스였어요."

그는 온 가족이 TV 퀴즈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인데 책을 많이 읽고부터 맞추는 문제가 많아졌다고 기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야간에도 책을 빌리거나 반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퇴근 후에도 도서관 이용하기가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서부도서관, 김창원(41·평리3동) 씨네

"일단은 다독이 우선인 것 같아요. 무슨 종류든간에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나름대로 책을 보는 안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이동춘(39)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간다고 했다. 아이들의 책 읽는 속도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시간을 내서' 간다는 말이 더 옳겠다. 이 가족은 지난해 하반기 동안 1인 평균 77권, 총 386권을 읽어 독서가족으로 뽑혔다. 독서에 관한 이 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이나 독후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책을 많이 읽고 친해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딸이 8살이 됐을 때는 로맨스 소설도 읽도록 했어요. 자기 전에 읽든 자고 나서 새벽에 읽든 옆에서 별로 단속을 하지 않았어요." 이 씨는 위인전이나 역사, 문학, 과학 등 한 가지 주제에 푹 빠지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게 하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특히 쌍둥이 두 딸은 책 읽는 습관도 영 딴판이라고 했다. "큰 애는 추리물을 좋아하는 반면 둘째는 단편 소설을 더 좋아하더군요. 책 보는 스타일도 큰 애는 정독이지만 둘째는 속독이었어요. 이렇게 쌍둥이끼리도 취향이 다른데 한 가지 독서습관을 강요할 수 있겠어요?"

이 씨는 최근 아이들 책 가운데 경제, 역사, 과학 등 전문적 정보를 아이들 눈높에 맞춰 쉽게 풀어쓴 책들이 좋았다며 읽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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