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새끼줄에 끼워 두장씩…

입력 2007-02-10 07:06:35

초등학교 5학년쯤이라 기억된다. 우리 집은 유달리 높은 언덕배기 동네, 꼭대기에 살았다. 방과 후면 틈틈이 동생을 업어야하고, 아랫동네 가서 우물물을 양동이 가득 퍼담아 머리에 이고 부엌 앞에 놓인 큰 독을 채워야했다. 세 살 많은 언니와 교대로 그 일을 반복했다. 힘들었지만, 우리는 당연히 해야하는 걸로 생각했다. 연탄 사오는 심부름도 우리 일과의 하나였다. 길이 험해서 배달을 해주지 않았는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지….(아마도 후자였으리라 생각된다) 거의 매일 낱장으로 사온 것 같다.

아랫동네에 가면 연탄 만들어 파는 집이 있었다. 새끼줄에 끼워오면 두 장을 들고 오지만, 빨래판에 나란히 놓으면 석 장을 이고 올 수 있었다. 한 장에 2원이던가 엄마가 6원을 주시면 빨래판 들고 언덕을 쪼르르 신나게 달려간다. 언니보다 키가 더 컸던 내가 연탄심부름을 주로 했었다. 언덕 거의 다 내려오는 길가 집에 구멍가게가 있었다. 유리 뚜껑으로 덮어놓은 진열대 안의 빵이며, 왕눈깔사탕이 나를 유혹했다. 큰맘 먹고 1원어치 사먹었다. 물론 연탄 집에 가서는 1원을 외상으로 하고…. 한번 그러고 나니 간이 커지는지 다음날, 또 다음날 반복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주번을 하느라 늦게 오니, 어머니께서 조용히 큰방에 부르셨다. 윗목에 회초리 준비하시고, 나는 그때까지 무얼 잘못했는지 까맣게 모르고 피멍이 들도록 종아리를 맞았다. 연탄 집에 외상 5원을 달아놓은 걸 어머니께서 연탄 사러 가셨다가 아신 것이다.

아∼이래서 완전 범죄(?)는 없나보다. 어린 마음에 왜 그런 깜찍한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그때 어머니의 채찍은 항상 착하게 살라고 가르쳐주신 교훈이라 생각한다.

여종희(대구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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