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서)잃어버린 손글씨를 찾아서

입력 2007-02-10 07:55:37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필성(筆性)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의 '글씨 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흔히 우리는 누군가의 글씨 꼴을 보고 거기에 묻어나는 그 사람의 생각이나 감성·감각을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요즘은 많은 일들이 컴퓨터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 안에서 편지도 쓰고, 레포트 쓰고, 논문도 쓰고, 일기도 쓰고, 가계부도 기록한다. 그 안의 계산된 글씨체를 사용해서 마음을 전달하고 생각을 전달하고 느낌을 전달한다.

지난 주말 '2007 한중일 손글씨 디자인 워크숍'에서는 각국의 손글씨 디자인 현황과 전망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예의 역사가 깊고 오래된 동양3국은 서예라는 공통예술을 가지고 오늘날 그 속에서 손글씨를 디자인 예술로서 발전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특별히 우리의 경우 영화 포스터나 북커버 등에 등장하던 손글씨가 최근들어 TV 광고, 옥외광고, 기업홍보물, 제품 디자인, 생활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 불리는 손글씨의 영역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어느날 서점에서 초판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 북커버로 재판된 책을 한 권 만났다. 책 제목의 느낌을 한껏 살려주는 손글씨는 초판에 비해 훨씬 친화적이었다. 이즈음 많은 책들이 재판되면서 집중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분야가 손글씨로 디자인한 북커버이다. 뿐만아니라 TV나 옥외광고물, 포스터, 패키지 등도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어느 부분에선가 사람의 손맛이 전해지는 손글씨가 숨을 쉬고 있다.

손글씨는 이제 한글 타이포그라피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서예의 영역을 넘어 디자인의 한 영역이며, 문자와 그림의 융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이가 다양한 만큼 붓을 다양하게 활용해보는 실험정신 또한 손글씨의 매력이기도 하다.

기업 브로슈어를 제작하면서 표지글씨를 대나무 뿌리로 써본 적이 있다. 북커버 글씨를 한달 동안 불린 나무젓가락으로 써본 적이 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본디 글씨를 쓴다는 것은 우리에게 친근한 행위이고 익숙한 작업이었다.

글씨를 배운다는 것은 몸을 단련하고,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어서 옛어른들은 꼭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쳤다. 붓을 잡고, 연필을 잡고 우리의 감성과 정신과 숨결을 담아내는 아날로그적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그것 또한 작은 문화적 힘이 아닐까.

나윤희(홍익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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