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署 관내 90여개 점포 실태 조사
지난해 4월 복면을 한 공기총 강도사건으로 현금 3천900여만 원을 탈취당한 경산 하양읍 환상리 하양농협 강남지소를 사건 발생 10여 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인적이 드문 농촌 들판의 외딴 지역에 소재한 이곳의 점포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바로 정면에 스테인리스로 된 금고가 한눈에 들어왔다. 10여 평 남짓한 점포 내에 단번에 금고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충동범죄에 노출돼 있었다. 금융 거래가 많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자체 경비원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강남지소에서 범행을 한 오모(33) 씨가 5개월여 만인 지난해 9월 역시 복면을 하고 공기총 강도 범죄를 저지르다 농협 직원과 주민들의 대항으로 검거된 경산 옥곡동 경산농협 옥곡지점도 출입문을 열자 금고는 쉽게 드러났고 경비원도 배치되지 않았다. 옥곡지점에서 외부로 통하는 통로와 주차장에는 아예 CCTV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2004년 11월 흉기를 든 강도범이 침입했던 경산 남산면 남산농협 하남지소의 CCTV는 지소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의 번호가 촬영되지 않을 정도로 부실투성이였다.
경산경찰서가 설을 앞두고 관내 금융기관 점포 90여 개에 대해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90% 이상의 점포 금고가 외부에 쉽게 노출돼 있고, 자체 경비원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점포 주변 일부는 CCTV 설치가 안 됐거나 설치 방향이 잘못돼 출입자와 차량 파악이 힘든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금융기관들은 "예산사정 때문에 경비원 배치 등 점포의 안전장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점포마다 '현금도난공제' 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강도사건이 발생해도 탈취당한 금액을 전액 보험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점포 내 안전시설 보완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을 더 큰 이유로 보고 있다. 농협 관계자도 "현금도난공제 보험가입으로 피해금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점포의 안전시설 문제에 다소 소홀한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이에 경찰은 전 점포에 대해 ▷차단막 등 금고를 은폐할 수 있는 시설설치 ▷점포와 주변 CCTV 전면 재조정 ▷명절 대비 임시경비원 고용 등의 자구책을 세울 것을 8일 통보했다. 또 경산시로부터 2억 원을 지원받아 점포 주변 도로에 CCTV를 설치, 강도사건 예방과 발생에 대비하기로 했다.
조사팀을 이끌고 금융기관의 점포를 돌았던 현재섭 경산경찰서장은 "지역에는 많은 외딴 점포가 있는 반면 교통은 편리해 강도사건의 표적이 된다."면서 "경찰의 순찰활동을 강화해 예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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