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 붐이 일고 있다.
'스트리트 댄스'란 힙합(Hip-Hop), 로킹(Locking), 파핑(Popping), 하우스(House), 비보잉(B-boying)을 통칭한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후반 도입되기 시작한 문화로, 지난해 스트리트 댄스의 인기는 대중매체에서 가장 먼저 감지됐다. 지난해 서울에선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큰 인기를 끌었고, 비보이의 삶을 보여준 드라마 '오버 더 레인 보우'가 방송됐다.
CF의 주인공으로도 각종 장르의 스트리트 댄서들이 단연 인기다. 바야흐로 스트리트 댄스를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 대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구에서 성장해 전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댄스팀들이 있는가 하면, 60대까지 찾아가 흥겹게 춤을 배우는 동호회도 있다.
스트리트 댄스 전문 학원엔 지난해 학생 수가 두 배로 급증했다. 지난달엔 지역의 각 장르 댄스팀이 모여 대구 최초로 35분짜리 댄스 뮤지컬을 공연,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대구의 스트리트 댄스 문화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 로킹 댄스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우리는 비보이가 아닙니다. 로킹 댄서로 불러주세요."
날렵한 연미복에다 헐렁한 줄무늬 티셔츠, 원색 줄무늬 양말 등 코믹한 의상을 갖춰입고 춤을 추는 댄서들을 만난다면 이들은 틀림없이 로킹 댄서들이다. 1970년대 유행하던 소울 음악이나 디스코, 펑키 등 밝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긴 이들은 음악에 맞춰 즉석 안무를 한다.
"쉬워보이죠? 하지만 고등학생때부터 매일 약 10시간 이상씩 연습한 결과랍니다." 리더 서경호(26)씨가 강조한다.
오리지널리티는 대구는 물론 전국 최강으로 꼽히는 로킹 댄스팀이다. 7명으로 꾸려진 오리지널리티 멤버 중 서 씨와 김동하(25)·강선구(25) 씨는 2002년 창립멤버다. 수많은 댄스팀들이 수개월 반짝 뜨고 사라지며 부침을 반복하는 가운데 5년이란 역사는 짧지 않다.
이들은 2005년부터 프랑스·일본·포르투갈 등 세계대회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다. 서 씨는 "이제 로킹 분야에선 최고로 자부한다."고 자신했다. 로킹 배틀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음악과의 조화가 필수적. 그러려면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가 필요하다. 이들이 함께 리듬을 맞춘지 10여년. 고등학생 시절 만나 전국 최강의 이름을 얻게 되기까지 숱한 연습을 거듭해야 했다.
"하루 10시간, 12시간씩 연습에만 몰입했죠. 그저 춤을 잘 추고 싶다는 생각 밖엔 없었어요." 김 씨의 말이다.
이들이 처음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은 부모님의 반대. 강 씨는 "'날라리'라고 반대가 어찌나 심했는지. 하지만 지금은 공연도 보러오시고 우리를 인정해주시죠. 신생 문화는 처음에 다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대중들의 호응이 목마르다. "우리가 춤을 추면 '어디 한번 해봐라'식으로 팔짱끼고 보세요. 같이 어울리고 박수 치면 우리나라 '마당'문화와도 다르지 않죠. 한발짝 마음의 문을 열고 흥겨운 리듬에 몸을 실어보세요."
# 비 보이 T·G 브레이커스(Breakers)
"우리가 바로 한류의 주역입니다."
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으로 하는 비 보이 'T·G 브레이커스'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팀이다. 하지만 만만히 볼 팀은 아니다. 2005년 '프리스타일 세션 인 재팬', 2006년 '프랑스 비보이 월드컵'
등 쟁쟁한 세계무대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팀으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카페 회원수가 900명이 넘고 공연이나 배틀을 열면 최소 200~300명의 고정팬이 모여든다. '대구의 비보이 스타'인 셈. 리더 곽동규(25) 씨를 비롯해 김정구(25)·오철제(22)·손석희(20) 등 11명의 멤버는 2004년 처음 팀을 꾸렸다.
군대와 사회생활로 흩어진 비보이 팀의 실력있는 멤버들이 뭉친 것. 보통 외국대회 우승경력을 가지려면 최소 6년이 걸리지만 T·G 브레이커스는 2년만에 이루었다. 일본 친구들은 묻는다. '우리보다 10년이나 역사가 뒤진 한국 친구들 실력이 그렇게 좋은 이유가 뭐냐'고. 우스갯소리로 '김치파워'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 뒤엔 끈기있고 악착같은 근성과 세계의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최고의 팀이 된 지금도 YMCA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매일 최소 3시간 이상 함께 연습한다. 이들은 진정 한류의 주역이라 자부한다. "외국 무대에 서면 가슴이 벅차요. 유럽 친구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우리 팀을 응원하기 때문이죠. 우리 비보이들이 2002년부터 각종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으니 당연한지도 모르지만요."
인기를 반영한듯 인터뷰 도중에도 공연섭외를 위한 전화벨이 몇 번이나 울렸고 러시아 초청공연 스케줄이 잡히기도 했다. 그 외에도 올해 프랑스·덴마크 공연이 예정돼 있다. 현재 내로라 하는 비보이 팀들은 모두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산 팀 '익스트림 크루' 역시 지방에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부산을 떠났다. T·G 브레이커스가 대구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똑같은 실력을 가져도 대구에서 왔다고 하면 출연료가 서울팀의 반입니다. 억울하죠. 또 서울에는 댄스 전문 기획사와 국제 매니저들이 많아 활동하기 쉬워요. 하지만 우린 끝까지 실력으로 승부하며 대구에 남을 겁니다. 우리마저 떠나면 대구엔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곽 씨는 큰 포부를 갖고 있다. 대구를 일본의 오사카와 같은 스트리트 댄스 도시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현재 공연기획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비보이 열풍은 2,3년이면 식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독특한 색깔로 승부할겁니다. 지켜봐주세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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